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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순



제 그림자를 보고도 뿔 세우고

덤벼들던 암소가

마두금 곡조에 눈매가 차분해지더니

굵은 눈물방울을 툭 떨어뜨린다



모든 사나움은

슬픔에 주둥이를 대고 있다

새끼와 생이별에 간을 베었던 것



우우우 몰려간 고깃집

성급하게 식욕을 돋우던 아름다운 치맛살은

말 못하는 몸의 곡진한 감정 결은 아니었을가



네 슬픔을 내가 몰라보듯

이번 생에서 우리는 엇갈렸을 뿐

우연히 마주치는 불행의 요철들을

나 또한 얼마나 피하고 싶었는지



- 최기순 시집 ‘음표들의 집’ / 푸른사상

 

 

 

송아지를 라디오로 바꾸던 날, 울부짖던 어미소의 울음을 기억한다. 그토록 신기하던 라디오 속 세상이 하나도 신기하지 않던. 곡진한 울음에 어린 귀를 열고 함께 밤을 지새던. 아주 오래 전의 일이 지금도 선명하다. 한계를 넘는 슬픔은 어디로 향할까. 슬픔과 사나움의 관계는 형제처럼 가깝다. 그래서 때로는 동시에 발생한다. 슬픔이 버거워 타인에게 전가하려 한다. 훨씬 무거운 슬픔으로 대체하려한다. 작은 슬픔이 버거워 더 큰 슬픔이 보이지 않는다. 슬픔과 슬픔이 교환된다.

/이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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