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누리과정예산 불발에
도, 시·군에 ‘대납 협약체결’ 공문
2~3월부터 카드사 대납 의존
26개 시·군 매월 357억 요청
카드사 “당분간은 지원 유지
미납 장기화땐 후속 조치 고려”
경기도내 12만여명에 달하는 어린이집 보육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이 아닌 카드사 손에 떠넘졌다.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26곳이 보육료를 카드사 빚(대납)으로 연명하며 누리과정 명맥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10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26곳이 다음달부터 카드사 대납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비용을 해결해야 할 처지다.
수원과 용인·평택·여주·연천 등 5개 시·군만 급한데로 자체 예산을 편성해 누리과정비를 처리하고 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비는 학부모가 매달 15일 아이행복카드로 결제하면, 그 달 20일 이후 해당 카드사가 먼저 대납한 뒤 다음달 10일 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받는 식으로 지원된다.
카드사와 사회보장정보원은 예산 문제 발생 시 카드사가 보육료를 대납할 수 있는 내용의 협약도 체결했다.
도는 이같은 내용을 지난 3월 일선 시·군에 하달했고, 예산이 바닥난 각 시·군이 임시방편으로 이를 활용하는 셈이다.
이 같은 사태를 빚게 된 것은 도교육청이 당초 이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데다 도가 편성한 1년치 추경예산(준예산 집행 910억원 포함 5천459억원) 마저 도의회에 묶여서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도교육청이 정부로부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받아 도로 전출하면 도가 다시 시·군으로 내려보내는 방식으로 지원된다.
앞서 도는 지난 1월25일 준예산으로 두달치 어린이집 누리예산 910억원을 31개 시·군에 배분했다.
고양과 양주 등 8개 시·군은 이 돈으로 누리예산을 해결했으나 3월부터 카드사 대납에 의존하고 있다.
부천과 안산 등 18개 시·군은 1월분 누리예산을 지급한 뒤 카드사에 2월분 보육료 대납을 요청, 해당 보육료로 운영비와 처우개선비 등을 해결해 왔다.
어린이집 누리예산은 보육료와 보육교사 처우개선비, 운영비 등으로 나뉜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달이 한계, 다음달부터 카드사 대납을 요청해야 한다.
카드사 대납을 요청한 26개 시·군 어린이집 누리과정 대상은 12만3천여명, 대납을 요청해야할 금액은 매월 평균 357억4천여만원 규모다.
일선 시·군 한 관계자는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보육료는 궁여지책으로 카드사 대납을 요청했다”며 “보육료 뿐 아니라 운영비와 처우개선비 마져 지원이 끊기게돼 보육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카드사 측은 누리과정이 정부시책인 점, 대납 중단 시 자칫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대납을 지속하겠단 입장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미납이 장기화될 경우 후속 조치에 대한 방안을 고려해야겠지만 정부시책인데다 여론을 고려, 당장은 대납을 유지키로 했다”고 말했다.
/조용현기자 cyh3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