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보았던 ‘빠삐용’이란 영화가 있다. 성격배우 스티브 맥퀸이 명연기를 펼친 명화로 프랑스에서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소재로 제작한 영화이다.
그 영화를 본지 이미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특별히 한 장면이 늘 뇌리 속에 남아 있다.
내용인즉 이러하다. 주인공인 빠삐용이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다. 옥살이도 보통 옥살이가 아니라 본국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섬 감옥에서 하는 옥살이다.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빠삐용의 심사는 사나울 수 밖에 없었다. 죄 없이 무기징역을 살아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일 수 없어 한탄하는 세월을 살았다.
그러던 중 어떤 사건으로 독방에 수감되어 두 달간 격리생활을 하게 되었다. 햇볕조차 들지 않는 최악의 상태인 독방이었다. 그런데 독방생활에서 풀려난 날, 그는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되돌아보며 스스로에게 말하게 된다.
“내가 죄 없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하늘을 우러러 큰 죄인이다. 무슨 죄냐? 세월을 낭비한 죄이다. 젊은 시절 주어진 세월을 허랑방탕하며 낭비한 죄인이다.”
‘세월을 낭비한 죄’, 실로 실감나는 죄이다. 하나님이 사람을 태어나게 하실 때에, 각자에게는 나름대로 감당하게 하신 사명이 있고 역할이 있다. 그런데 그 사명과 역할을 자각하지 못한 채로 세월을 허송하고, 주어진 재능을 낭비하며 사장시키는 것이 죄 중에 죄가 아닐 수 없다.
내 나이 지금 76세이다. 이 나이에 이르게 되니 빠삐용 영화에서 스티브 맥퀸이 삶의 막다른 자리에서 스스로에게 이른 말 “나는 세월을 낭비한 죄인이다”라는 고백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그래서 그 영화를 본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장면만큼은 뇌리에서 사라지지 아니하고 자주 떠오르곤 한다.
나 역시 빠삐용의 스티브 맥퀸처럼 뉘우친다. 내가 세월을 낭비한 죄가 있는 사람임을 뉘우친다. 그래서 다짐한다. “이제부터라도 세월을 낭비하는 죄는 범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