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새누리당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연정(연합정치) 사업 예산을 줄줄이 삭감하자, ‘연정 재검토’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연정계약상 ‘을’(乙) 입장인 여당 측에서 낸 엄포성 메시지에 가깝지만 일단 이날 예정된 연정 협약안 서명식은 미뤄졌다.
도의회 새누리 최호 대표의원은 31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민주가 극적으로 타결한 연정 합의를 며칠도 지나지 않아 손바닥 뒤집듯 깨버리고 있다”며 “여야 합의문에 포함한 여당 측 연정 사업 예산을 삭감한 것은 상호 신뢰와 합의를 일방적으로 무너트린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결위에서 삭감된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으면 연정 지속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연정 파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새누리에 따르면 도의회 상임위는 2016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 심의 과정에서 경기도 주식회사 설립 출자금 12억원을 비롯해 경기도 공동브랜드 우수상품 판로지원비 40억원, 2층버스 도입지원비 114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또 일하는 청년통장 사업비는 당초 집행부에서 4억4천400만원을 편성했으나 상임위에서 3억800만원을 감액했고, 주한미군공여구역주변지역 지원사업비 10억원도 삭감했다.
청년통장 사업의 경우 도에 사는 저소득 근로청년이 매달 10만원을 저축하면 도 지원금(10만원)과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후원금(5만원)을 합해 한 달에 25만원씩 적립, 3년 뒤 통장에 1천만원(이자 100만원 포함)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들 사업은 남경필 지사의 역점사업으로 지난 26일 여야가 합의한 연정협약서에 추진 과제로 담겼다.
새누리는 더민주 지도부를 향한 ‘리더십’ 흔들기도 서슴지 않았다.
최 대표의원은 “더민주 일부 세력들이 불순한 의도를 갖고 여야 지도부의 연정 합의를 파괴하려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라며 “더민주 지도부의 통제력 부족으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불순한 일부 더민주 의원들의 파렴치한 돌발 행동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연정합의를 깨고 일방적으로 삭감한 예산을 예결위에서 전액 편성하고 도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는 경고성 메시지와 함께 이날 예정된 연정 협약안 서명을 취소시켰다.
이에 더민주 지도부 측 한 의원은 “아직 연정 협약서에 서명하지 않은 상태일뿐더러, 새누리의 논리라면 연정 협약서에 포함된 우리가 요구한 예산은 왜 편성하지 않았나”라며 “준비와 절차가 잘못된 사업을 연정이라고 해서 무조건 동의하는 것은 연정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홍성민기자 h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