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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나그네 발길 잡은 ‘우리들의 천국’

고래잡이 灣, 물개들의 ‘천국’

 

기대했던 핫풀, 규모 작아 실망
캠퍼밴서 침대 만들어 아늑한 숙박

다음날 눈뜨니 아침 날씨 맑고 화창
‘시워드 카이코우라’ 산맥 자태 뽐내

카이코우라 반도 산책길 경치 환상
‘고래잡이 만’까지 계단으로 연결
수정같은 맑은 물과 해초들 춤추듯
그림같은 풍경에 여유로움 만끽

 

 

 

 


알파인 할리데이 파크의 핫풀은 기대와 너무 달랐다. 네 사람 밖에 수용하지 못하는 아주 작은 가정용 풀이었다. 더구나 야외에 있었다. 먼지 들어가지 말라고 덮어둔 덮개를 밀치니 화학 약품 냄새가 역하게 올라왔다.

핫풀에서 뜨거운 목욕으로 사람들의 여독을 풀어주고 싶었던 내 바람은 고스란히 날아갔다. 큰 소리친게 부끄러웠다. 밤기온이 뚝 떨어져서 수건을 들고 있는 손이 시려웠다.

핫풀은 포기하고 모두 공동 샤워장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부스 안의 샤워기에서는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졌다. 샤워기 아래 등을 오래 대고 서있었다. 핫풀을 한 것 못지않게 몸이 많이 풀렸다.

장본 것들과 요리도구를 챙겨 모두 주방으로 내달렸다. 주방에는 거의 사람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그곳은 우리들의 공간이 됐다. 성수기를 피해 오면 이런 장점이 있다.

여자들은 각자 앞에 있는 가스 레인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요리를 했다. 시키는 사람도, 명령을 받는 사람도 없었다. 다들 알아서 할 일을 했다.

남자들은 바베큐 그릴에서 쇠고기와 소시지를 구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순식간에 감탄스런 식탁이 차려졌다. 쇠고기는 입에서 살살 녹았다.

‘한국 식당에서 먹으면 이거 얼마나 비쌀까’라는 생각이 들며, 그런 비교 때문인지 아니면 알싸한 스텔라 맥주(Stella Artois) 때문인지 바베큐는 더 맛있었다.

긴장도 부담도 없는 느긋하고 만족스런 식사였다. 긴 시간이 걸렸다. 캠퍼밴으로 돌아오는 길의 잔디가 축축했다.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여전히 우중충했다. 별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밤 동안은 여자들은 2호차에서 남자들은 1호차에서 지내기로 했다. 캠퍼밴으로 돌아온 우리는 짐을 풀었다. 차 중앙 테이블 상부에 있는 캐비넷 두 칸이 내게 배정됐다. 그곳에 옷을 다 정리해 넣었다. 보기보다 많이 들어갔다.

옷 정리를 끝내고 캐리어도 각자 구석에 치우니 차 안이 말끔해졌다. JS와 JJ 두 사람은 뒤 소파 좌석의 등받이를 떼 침대를 만들었다. 꽤 넓었다.
 

 

 

 


HS와 나는 사다리를 타고 운전석 위의 벙커로 올라갔다. 벙커는 천장이 낮아서 마치 동굴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머리 맡 작은 창문의 커튼을 내리니 밖에서 들어오던 빛이 차단됐다. 요 위에 모포를 깔고 오리털 침구 속에 들어가 누웠다. 포근하고 아늑했다.

비행기에서 하루, 그리고 오늘 하루, 벌써 이틀이란 시간이 흘렀다. 윙윙거리는 히터 소리를 자장가 삼아 눈을 감았다. 피곤이 기분좋게 밀려들었다.

다음날 아침은 화창하게 개어있었다. 파크 맞은편에는 만년설을 머리에 인 ‘시워드 카이코우라 산맥’(Seaward Kaikoura Range)이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뉴질랜드 남섬 말버러 지방자치구역에 있는 이 산맥은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이 해변 쪽의 산맥을 발견한 후, 소도시 카이코우라에서 따온 시워드 카이코우라 산맥이라고 이름 붙였다. 남섬 북동쪽에 해변 쪽의 시워드 카이코우라 산맥(Seaward Kaikoura Range)과 내륙 쪽의 인랜드 카이코우라 산맥(Inland Kaikoura Range)의 두 개 산맥이 평행하게 위치한다.

사람들이 일어나기 전에 홀리데이 파크 사무실에 가서 홀리데이 멤버십 카드를 구입했다. 45불로 알고 있었는데 35불만 요구하니 이거 왠일인가 했다. 그러나 누구도 왜 35불이냐고 묻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탑10 할리데이 카드가 아니었고, 그 덕에 어둡기 전에 도착하기 어렵게 됐다. 우리가 구입한 것은 키위 할리데이 카드였다. 키위 할리데이는 전혀 다른 브랜드의 할리데이 파크였다.

결국 그 다음날 조셉빙하 탑10에서 카드를 다시 샀다. 10%의 파크 비용 할인과 그외의 각종 혜택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무실에 비치된 그 지역 관광안내 브로셔와 카이코우라 반도 산책길에 대한 정보를 챙기고, 아점으로 크레이피시를 먹을 수 있는 파이프키(Pyffe Quay)의 유명한 가판대 음식점 위치도 알아뒀다.

카이코우라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사우스베이에 이르는 카이코우라 반도 산책길은 환상 그 자체였다. 너무나 다채롭고 아름다워서 고래를 보지 못한 아쉬움을 깨끗이 날려주었다.

절벽 위의 산책길은 인공 길이 아니라 사람들이 걸어서 생긴 흙길이었다. 걷는 질감이 좋았다.

계단을 만들어 놓아서 고래잡이 만(Whaler’s Bay)은 걸어서 바닷가까지 내려가볼 수 있었다. 수정같이 맑은 물에 검은 해초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이름과 달리 그곳은 물개의 천국이었다. 많은 물개가 바위 위에서 쉬고 있었다. 바위와 색깔이 비슷해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분이 어려웠다.
 

 

 

 


바닷가에서 올려다보는 단애 또한 절경이었다. 사람들은 조깅도 하고,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고, 초원의 양떼에게 말을 붙이기도 하고, 모여서 맨손 체조를 하기도 했다. 갈 길이 먼 데도 한 없이 해찰을 하는 이 여유로움, 캠퍼밴 여행이 아니면 어찌 가능하겠는가. 여전히 파도는 절벽에 부딪혀 쉴새없이 포말을 만들어내고, 바다 반대편 들판에서는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무엇도 재촉하지 않는 이곳, 천국이 따로 있지 않았다.

 

배가 적당히 고파질 때쯤 가판대 음식점에 도착했다. 그러나 크레이피시(바닷가재의 일종)는 먹지 못했다. 크기가 작아 먹을 게 없어보이는 크레이피시 값이 너무 비쌌다. 대신 굴과 생선으로 만든 전과 그린홍합 구운 것을 빵과 밥, 샐러드와 함께 먹었다. 그린 홍합 맛은 역시나 탁월했다. 한번 더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여유를 부렸다. 오늘 안에 푸나카이키까지 갔다가 그레이마우스로 가는 건 무리다. 계획을 수정해 그레이마우스까지만 가기로 했다. 그래도 루이스패스를 가로질러 370㎞ 이상을 횡단해야하는 긴 여정이다. 여행에 동행한 멤버들의 스타일로 예상컨데 6시간 안에 돌파하는 건 무리다. 어두워서야 도착하게 될 것이다. <계속>

/정리=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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