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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문학]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숨은 이유

 

미국사회에 도널드 트럼프의 숨은 지지자는 원래 없었다. 단지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과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은 지난 8년의 정권과 과거의 자기 투표를 탓하고 싶어졌다. 게다가 가정 내 권력을 잃은 미국의 보수층들은 한국의 수구세력처럼 잘 뭉치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여성 대통령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들은 전쟁과 오랜 직장생활을 겪어서 조직능력도 좋은 편이다. 쉽게 말해 투표소에 혼자서 가는 일이 없고 보통 3~5명에게 연락을 해서 같이 투표를 한 이후 막걸리집에 가서 왕년의 월남전 얘기를 하거나 여성에게 작업을 걸었던 무용담을 주고받기를 원할 것이다.

반면 진보성향의 투표자들은 주로 혼자서 투표장에 갈까 말까를 고민한다. 그러다가 휴일이 겹치거나 날씨가 나쁘면 투표를 포기한다. 이들은 억지로 투표장에 나오라고 할 친구도 없다.

투표보다는 휴식을 원하는 실업자에게 명예퇴직 후 연금을 받는 친구 한두 명이 연락해 다음처럼 말했다고 생각해보자. “야! ○○야 뭐하냐? 나 투표 마치고 ○○마담이 있는 ○○집에 먼저 가 있을게! 너 안주 뭐가 좋냐? 얼른 나와서 투표 하고 와! 너 그 ○○○당 그 사람 이름 알지?” 이런 전화를 받은 트럼프의 지지자와 단순히 SNS 단체문자를 받은 힐러리 지지자 중에서 누가 투표소로 갈 가능성이 높을까? 여론조사에서는 도저히 미리 알 수 없는 변수는 ○○집 ○○마담의 미모나 막걸리의 맛일 수 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들은 흑인이나 여자들이 들을까봐 눈치를 보며 백인 남성이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는 말을 겉으로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론조사에서 그 이유를 말할 수 없기에 트럼프 지지자로 나오지 않고 무응답으로 나온다. 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투표소에서 트럼프를 찍으면서 속으로 말한다. ‘여자가 내 위에서 치마를 펄럭거리게 할 수는 없어!’

게다가 기독교 원리주의가 강한 미국에도 일종의 ‘엄마부대’가 있다. 그들은 교회에서 남편에게 순종하라는 말을 매주 들으면서 예수도 남자고 하나님도 남자일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여성이지만 힐러리에게 믿음이 가지 않는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일명 ‘브래들리 효과’가 확연히 드러나게 된다. 여론조사와 개표결과에 큰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힐러리의 적들은 도처에 있었다. 일명 왕따를 당했거나 사회와 부모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하고 살다가 이제 갓 유권자가 된 속칭 ‘찌질파’ 젊은이들이 있는데 이들이 바로 숨어있는 적이다. 우리 한국에서는 이 찌질파 젊은이들이 ‘일베’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 찌질파 일베 세력은 수는 그리 적지 않으며 그들의 지지자는 분명 트럼프일 것이다. 아니 지지자는 아니더라도 투표소에 들어가면 왠지 트럼프를 찍고 싶을 것이다. 왜 그럴까?

그들은 그저 강해보이는 누구의 편이 되면서 약해진 멘탈과 입지를 강화시킬 상징적 영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강한 자의 지지자임을 외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슬람 테러세력인 IS에 가담한 한국 청년이나 소수민족들은 자기 주변에 지지자들이나 친구와의 소통이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약해지고 외로워진 젊은이들은 어떤 강한 상징적 사람이나 겉으로 강해보이는 폭력을 우상화하려는 심리에 그냥 기존 사회와 기득권을 싫어하는 경향이 결합한다.

그들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는 캐릭터는 TV토론에서 힐러리를 향해 방송으로 도저히 나가기 힘든 욕을 하는 트럼프이다. 일명 강한 남자에게 끌리는 이런 일이 미국의 프로레슬러 ‘제시 벤추라’를 주지사로 뽑히게 했는데 키가 큰 근육맨인 그를 단순하게 지지한 사람들이 무려 12%였다는 출구조사가 있다. 그 지지자들은 나오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냥 벤추라니까 찍었죠!”

물론 벤추라도 인터넷으로 소통을 잘 했던 덕을 많이 보았고 트럼프도 지지자들의 열성 덕을 보았다. 이번 미국 대선은 분명 진흙탕이 맞다. 그런데 진흙탕에서는 원래 진흙탕에서 놀아본 진흙탕 머드팩을 이미 하고 나온 사람에게 유리한 점이 상당히 많다는 걸 묵과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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