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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14세도 질투한 데칼코마니 정원 ‘걸작’

테마여행가가 들려주는 프랑스
보르비콩트 성(Vaux-le-vicomte)

 

재무장관 푸케, 당대 예술가 모아 축조
5년만에 완성… 집들이 겸 화려한 파티
루이 14세, 푸케 비리조사 지시·투옥

정원, 중앙축 중심으로 좌우대칭 꾸며
화단, 기하학 도형 수놓아 화려함 더해

성 현관엔 로마 황제 흉상으로 장식
2층엔 푸케의 응접실·서재 등 갖춰

시대별 마차 전시장도 마련해 ‘눈길’

 

 

 

 


화려함 때문에 몰락한 푸케의 성

베르사유 궁전이 보르비콩트성의 모조품이라는 사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보르비콩트 성은 베르사이유 궁전 못지 않은 프랑스 역사의 현장으로, 독특한 역사와 에피소드를 통해 루이14세가 군림했던 시대의 뒤안길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루이 14세가 질투를 느꼈을 만큼, 재력과 권력을 지녔던 정치가 니콜라 푸케(Nicolas Fouguet)의 흥망성쇠는 이 성에서 시작해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이 14세 시절 재무장관을 지내며 마자랭(Mazarin)의 비호 아래 부정축재한 푸케는 자신의 명성과 재력을 과시할 만한 성을 건설하며, 벽면에 “못 올라 갈 곳이 어디냐(Quo non asce ndet)”라는 좌우명을 새겼다.

예술분야에도 놀라운 감각과 식견을 지니고 있던 그는 1656년 당대의 유명한 3명의 예술가(건축가 루이 르보, 화가 샤를 르 브룅, 정원 계획가 앙드레 르 노트르)를 초대해 6천 ha의 늪지대와 3개의 부락을 화려하고 아름다운 성으로 탈바꿈 시켰다. 이때 동원된 인부만 1만 5천명이었으며 5년만에 성을 완성했다.

1661년 8월 17일 퐁텐블로성에 거주하던 젊은 루이 14세를 초대해 집들이 겸 화려한 파티를 연다.

성을 관리하던 총지배인 바텔(Vatel)은 432개의 순금 접시와 잔으로 식사를 준비했고, 정원에서는 1천200개의 음악 분수를 비롯해 여흥과 오락이 펼쳐졌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예술사에 기록되기도 한 코미디 공연인 몰리에르의 ‘귀찮은 사람들(Les Facheux)’이 이 곳에서 열렸으며, 운하에서는 수상 창시합, 전원의 발레, 불꽃놀이 등이 이어졌다.

그 당시 베르사이유에 초라한 사냥집만을 갖고 있던 루이 14세는 파티에 참석한 뒤 약이 올랐고, 이 성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당장 퐁텐블로성으로 돌아간 그는 재정 총감독인 푸케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다.

3주 후 체포된 푸케는 3년간의 긴 소송 끝에 추방이 결정됐고, 왕이 종신형으로 감형한 뒤 전 재산을 몰수한다. 이후 루이 14세는 푸케의 성보다 더 크고 멋있는 성을 지으라고 명령, 보르비콩트 성을 담당했던 예술가 3명을 불러 베르사유 궁전을 만든다.

 



보르비콩트성 내부

1층에는 로마 황제들의 흉상이 조각된 현관을 비롯해 동쪽 계단에는 화가 르 브룅이 그린 명예의 휘장이 장엄한 분위기를 더한다.

성에서 유일하게 루이 13세 때의 양식으로 장식된 큰 사각형의 방도 눈에 띈다. 대들보가 보이는 프랑스식 천장으로 꾸며진 이 방은 공작부인의 초상화와 빌라흐 원수의 승리 장면을 묘사한 작품이 걸려있다.

대들보들이 보이는 프랑스식 천장으로 이뤄진 큰 사각형의 방은 성에서 유일하게 루이 13세 양식으로 장식돼 있다. 벽 판자들 사이에 공작부인의 초상화와 빌라흐 원수의 승리 장면을 묘사한 작품이 보인다.

이 밖에도 식당, 놀이방, 지하실, 분수의 신의 방, 헤라클레스의 방이 있으며, 루이 14세 장식의 백미를 볼 수 있는 왕의 방도 1층에서 만날 수 있다. 루이 14세가 한번도 들르진 않았지만 ‘왕의 방’이라고 이름 붙은 이곳은 베르사유를 표현한 양탄자를 비롯해, 흰 대리석으로 제작된 루이 14세의 흉상이 있다.

2층에는 푸케의 응접실을 비롯해, 서재, 침실이 있다. 특히 침실에는 태양의 신 아폴론을 형상화한 르 브룅의 그림이 천장에 그려져 있으며, 벽면에는 열두 달을 상징하는 양탄자가 걸려있다. 벽난로 위에는 푸케의 두 번째 부인인 마리 나들렌느를 그린 그림을 그렸으며, 미의 여신이 사랑의신 날개를 자르는 모습으로 묘사, 부인이 자신 옆에 영원히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정원

프랑스식 정원의 창시자이며,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 계획가인 앙드레 르 노트르에 의해 1656년 완성됐지만 거의 한 세기 가량 방치됐다가 기업가인 소미에르가 1875년 새로운 주인이 되면서 정원을 복원했다.

정원은 1천300m에 이르며 오솔길 옆으로 흰 대리석 조각들이 늘어선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의 조각들은 푸케가 체포된 후 루이 14세가 수거했고, 현재 남아있는 것들은 19세기에 대체된 것들이다.

특히 이곳은 중앙축을 중심으로 좌우대칭이 뚜렷하고 장미와 회양목 등으로 무늬를 만든 평면기하학 정원의 전형으로 꼽힌다. 첫 번째 정원에는 말끔히 재단된 회양목과 17세기 당시에 유행하던 목탄 등으로 기하학적인 도형을 수놓은 두 개의 화단으로 이뤄져 있다. 동양의 양탄자 무늬를 모방한 이곳은 ‘터키의 양탄자’로 불린다.

화단의 중앙에는 사냥의 신이며 달의 여신이기도 한 ‘다이아나의 석상’과 ‘왕관의 연못’이 있다. 화려한 조각과 아름다운 연못으로 완성된 이 정원은 예술적 정취를 담고 있어 1661년 몰리에르의 ‘귀찮은 사람들’이 처음 공연하며 사랑을 받았다.

아래쪽 정원에는 작은 폭포들이 있어 물소리를 들으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동굴 분수를 지나면 정원을 관망하는 자세로 서 있는 헤라클라스 동상이 등장,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정원을 구경할 수 있다.


 


마차 박물관

보르비콩트 성에는 시대별로 변화한 마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장도 자리하고 있다.

대중 수송용을 비롯해 세련되게 장식된 의전용, 속도용, 어린이용 등 다양한 마차의 모습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어린이를 위해 조랑말이 끌 수 있도록 작게 만들어진 어린이용 마차, 긴 여행을 위해 침구를 놓을 수 있었던 여행용 마차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테마여행가 안완기는…

한국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그는 1992년 프랑스로 건너가 유럽의 건축을 공부했으며, 특히 프랑스의 풍부한 문화와 역사에 빠져 들게 됐다.

그는 이 나라의 문화에 대해 감상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아쉬움만 남기고 돌아서는 수 많은 여행객들을 보면서 프랑스를 제대로 느끼고 배우는 정직하고도 건강한 여행문화를 꿈꿨다.

지난 2003년부터 프랑스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홈페이지(www.algogaza.com)를 제작, 운영해 유용한 프랑스 여행관련 정보 및 자료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약력>

- 1986년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

- 1992년 프랑스 유학

- 1995년 Strasbourg 건축학교 수학

- 1998년 Val-de-Marne Paris 건축학교 수학

- 2002년 프랑스 테마여행 전문 가이드

- 2006년 ‘알고가자 프랑스’ 테마여행사 운영

- 2014년 ㈜OECD 대표부 대외협력부 근무

- 2014년 9월~ ‘알고가자’ VIP여행사 창업

/정리=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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