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행궁 홍살문 → 열녀문으로

화서문, 화성 북쪽 문으로 誤記

세계문화유산 부정적 설명하기도

“게임이지만 미치는 영향력 커

업체에 요청 바로 잡아야” 지적

98주년 3·1절인 1일 특별한 행사도 없었지만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의 행궁 앞 광장과 곳곳의 시설물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바로 모바일 위치기반 증강현실(AR)게임인 ‘포켓몬고’ 열풍이 남아있던 가운데 수원화성 곳곳이 ‘포켓스탑’으로 지정돼 포켓몬고를 즐기러 온 시민들이 곳곳을 점령해 게임에 한창이었다.

화성행궁 광장과 행궁 사이에 서있는 ‘홍살문’은 대표적인 포켓스탑 중 하나이지만 포켓스탑 화면 상의 홍살문은 ‘열녀문 in 북수동’으로 잘못 설명돼 있는 상태다.

실제 홍살문은 궁궐이나 관아(官衙)·능(陵)·묘(廟)·원 등의 앞에 세우던 붉은색을 칠한 나무문으로 장소의 권위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지만 열녀문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수원화성의 다른 부속시설에 대한 명칭이 잘못돼 있거나 적절하지 않은 설명이 적힌 곳도 한 두곳이 아니다.

서남암문의 경우 ‘수원 화성 서암남문’으로 표기돼 있었고, 수원화성의 사대문중 하나인 화서문은 수원화성 서쪽에 위치한 문이지만 영문설명은 ‘수원 화성의 북쪽에 위치한 문 중 하나...’로 돼 오히려 잘못된 역사를 소개하는 실정이다.

또 수원화성을 지켜주는 신을 모시는 사당인 ‘성신사’는 영문으로 ‘Sungshina Shrine’으로, 팔달구청 앞 연못을 조성하면서 만든 정자에 과거 체재공이 화성에 머물며 사용했다는 별장의 이름을 따 온 ‘채로정’은 ‘세계 문화유산의 어두운면’이라고만 적혀 있어 수원화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마저 주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끄는 게임과 함께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잘못된 설명 등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모(16·여)양은 “홍살문이라는 것은 처음 들었다. (포켓몬고)게임에서 열녀문으로 돼 있어 그런줄 알았다”며 “아예 장난식으로 써져 있는 (포켓스탑의) 설명이 아니라면 설명이 틀렸을 거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화계 한 관계자는 “최근 부산의 UN기념공원이 게임사 측에 포켓몬고 서비스 금지 요청을 한 사례에서도 확인 할 수 있듯 포켓몬고는 단지 게임으로 치부하기에는 현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게임의 영향력이나 이용자 층을 고려할 때 문화재나 의미있는 작가의 작품 등은 설명이나 명칭 등의 표기를 바로잡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국원기자 pkw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