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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

/김세영

이별을 할 때는 바닷가에 나간다

절단의 아픔을 숙명으로 사는

바다민달팽이가 있기 때문이다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잠시나마 함께 소유했던

살돌기 한 조각을 증표로 남긴다

부식되고 마모되어, 부표처럼 떠다니는

매 순간의 흔적들을 수평선에 꿰어

그 꼬치가 귀신고래의 흰 등뼈로 남을 때까지

내 심장의 새장이 수중 산호초가 될 때까지

썰물의 모래섬 위에 누워

독배毒杯를 든다.

- 김세영 시집 ‘하늘거미집’


 

 

 

시인의 성소는 두 곳이다. 사랑할 때의 죽림과 이별할 때의 바닷가. 위 시는 그 중 이별 부분이다. 시인은 사랑할 때와 이별할 때의 장소를 성소라 일컫는다. 그만큼 사랑과 이별은 삶의 중요한 과정일 것이다. 사랑할 때엔 어딘들 성소가 아니랴. 하지만 이별은 무거움과 엄숙함의 공존이다.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결심이 서지 않을 때 바다민달팽이를 떠올리자. 3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 예쁘다 못해 슬픈 청록빛의, 외계에서 온 듯한 비애의, 바다의 표면에 붙어 평생을 거꾸로 뒤집혀 살아간다는, 바다민달팽이의 생애처럼 모든 이별은 힘든 것이다.

/이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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