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혹은 손과 발을 사용해 겨루는 무예(武藝)는 무사 집단의 전유물로만 인식돼 왔다.
한국전통무예연구소 소장이자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 상임연출인 최형국은 20여년간 전통 무예를 수련하며 무예가 문화의 산물임을 체득했다.
무예는 당대 신체 문화의 정수를 보여줄 뿐 아니라 인간의 생존 본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인문학의 시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무예에 담긴 역사, 문화, 철학 등 인문학적 요소를 소개하는 ‘무예 인문학’을 펴내 무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인류는 이족 보행을 하고 손을 쓰게 되면서 무기를 사용하고 원시적 형태의 무예를 발달시키기 시작했다.
먹고 살기 위한 생존본능에 의해 무예가 탄생한 것이다. 이후 공동체를 이루면서 무예는 사회성을 띄게 됐다. 살생의 위험을 낮추고 공동체 내의 순위를 결정짓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스포츠로 발전, 이후 예술성을 갖춘 춤과 놀이로 활용되기도 했다.
책에는 무예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검무(劍舞)를 소개한다. 무기를 들고 춤을 추면서 하늘과 소통하고 전쟁의 승리를 기원한 검무는 축제나 연회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였다.
기복의 의미가 더해지면서 날로 화려해져 조선시대에 이르러 기방의 기녀가 반드시 익혀야 할 춤으로 자리잡았다.
무예를 공연 예술로 승화한 마상재도 흥미롭다.
정조는 국방력 강화를 위해 특수부대인 장용영을 만들었는데, 이들은 요즘의 특전사나 공수부대처럼 강한 체력과 전투력을 위한 특별한 훈련을 받았다. 특히 전투력이 강한 기병 부대였던 장용영의 선기대는 별도의 특수 훈련을 했는데, 이것이 마상재다.
달리는 말 위에서 일어서거나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마상재는 화려한 몸놀림으로 일본에서 인기를 얻었으며 지금 한류열풍에 버금가는 콘텐츠가 됐다.
이 밖에 씨름, 태권도 등 무예에 스며든 문화를 비롯해 당시 무인의 삶, 칼을 품은 무인의 마음 등 인문학적으로 해석한 무예 이야기들을 통해 전통 무예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저자는 “무예에는 많은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우리 전통의 몸 문화가 담겨있다. 무예의 인문학적 요소를 담은 책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전통 무예의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