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고창 오리농장 살처분
14일간 이동제한… 통제초소 확대
전국 가금류 48시간 이동금지령
도내 농장주 “또 집단 살처분 우려”
소비자도 닭·계란값 폭등 걱정
올해도 어김없이 전북 고창군의 한 오리 농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 전국 가금 농가에 ‘AI 공포’가 확산하면서 농장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만큼 전국적인 확산을 막기 위한 강력한 방역 대책을 시행키로 했지만 닭과 계란 값 상승 등 매년 반복되는 ‘AI 악몽’으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전북 고창 육용 오리농장에서 발견한 AI 바이러스는 고병원성 H5N6형으로, 닭에게 감염될 경우 폐사율이 100%에 이르는 치명적 바이러스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해당 농장에서 사육 중이던 오리 1만2천300마리를 살처분하고 14일간 이동을 제한했다.
또 전국 모든 가금 사육 농가에 대해 48시간 동안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리고, 모든 가금 농가와 축산 관련시설에 일제 소독을 시행하는 한편, 전국 주요 도로에 통제 초소를 확대 설치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관계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와 긴급 AI 방역대책회의를 하고 AI 확진 즉시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해 최고 수준의 방역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해마다 AI 초동 방역 실패와 대규모 살처분, 닭·계란 값 폭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보니 올겨울 들어 첫 발생한 AI로 인한 농장주들의 불안감과 함께 소비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성의 한 농장주 조모(49)씨는 “올해는 아무 일 없이 넘어가나 싶었는데 역시나 전북 고창에서 AI가 검출됐다는 소식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지속적인 방역을 하고는 있지만 올해도 자식 같은 닭과 오리를 살처분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주부 김모(36·여)씨는 “닭과 오리를 키우는 농장주들의 사정이 가장 안타깝지만 소비자들 역시 폭등하는 가격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마찬가지”라며 “어떻게 매년 되풀이되는 AI를 정부 차원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는지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토종닭협회 관계자는 “매일 500여 명의 회원에게 철저한 차단 방역과 주기적인 소독 시행을 안내하고 있다. AI를 예방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전북 고창 육용 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AI 확진 즉시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해 최고 수준의 방역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장관은 “긴급 백신을 하려면 AI 관련된 항원이 구축돼야 한다”며 “당초 계획은 원래 계획은 내년 말이지만 가능한 한 빨리 갖출 수 있도록 지금 현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