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사는 김모(45)씨는 최근 중학교 3학년인 딸에게 50만원짜리 롱패딩 점퍼를 사줬다.
학생에게 이처럼 비싼 옷을 사줘야 하는지 고민했지만, 유행에 뒤처지기 싫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지갑을 열어야 했다.
길이가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겨울 점퍼 롱패딩이 초·중·고생들 사이 폭발적 인기를 끌며 ‘신(新)등골브레이커’로 떠올랐다.
중·고등학교 주변에서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점퍼를 입은 청소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부터 이종석, 박서준, 전지현 등 스타 연예인들이 입으며 인기 아이템으로 떠올랐고, 곧 10대들 사이 ‘비공식 겨울 교복’이라고 불릴 만큼 유행하기 시작했다.
거리에서 만난 한 고등학생은 “한 반에 절반 이상은 입고 다닌다”며 “나도 부모님을 졸라서 샀다”고 털어놓았다.
‘등골브레이커’는 ‘부모 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싼 물건’을 뜻하는 말로 몇해전 25만~70만원대의 비싼 가격으로 학부모들에게 큰 부담을 안겼던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겨울 점퍼가 학생들 사이 유행하며 생겼던 신조어다.
롱패딩도 비싸다. 일반 브랜드 제품은 30만~40만원 선, 고가 브랜드는 100만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일부에선 롱패딩 유행이 곧 사그라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소셜 미디어에는 “내년이면 부끄러워서 못 입는다”, “전부 롱패딩 입으니 개성 없다”, “머지않아 자녀가 입다 버린 롱패딩 착용한 학부모들이 넘쳐날 것”이란 글이 올라온다.
실제 ‘등골브레이커’로 불렸던 노스페이스 겨울 점퍼는 2년 만에 유행이 끝나 학생들이 외면하자 부모들이 대신 입고 다니면서 ‘학부모 교복’으로 불리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녀들은 이왕이면 비싼 라인을 사달라고 부모에게 조르고 부모 입장에서도 자녀 기를 살려준다고 무리하기 때문에 등골이 휘어진단 말이 나왔다”며 “또래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비싼 제품을 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은근히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릎까지 기장이 긴 롱패딩을 입으면 실제로 따뜻하고 실용적이어서 인기가 높은 것”이라며 “롱패딩 가격이 전체적으로 낮아진 만큼 학생들을 철없는 아이로 보는 기성세대들의 시각이 변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