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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장애 안고 사는 정상인들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보인다면? 내가 볼 수 있게 된다면? 궁금한 거야, 애들이지. 애들 얼굴을 한번도 못 봤으니까 그게 좀 궁금한 거지 뭐. 딴 거야 뭐 궁금할 게 있나.”
경기도 양평 양동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박흥식(61)?지인자(60)씨. 이들은 장성한 사남매를 둔 시각 장애 부부다. 한평생 앞을 볼 수 없는 장애를 안고 살아왔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누구보다도 당당한 삶을 살았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부부는 세살박이 손녀 은진이를 키우고 땅을 일구며 남부러울게 없다.
장성한 자녀들은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됐다. 큰 딸 박명화(35)씨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자 자신의 부모가 얼마나 훌륭한 분들이었는지를 새삼 깨닫는다.
‘엄마의 행복’(정한 PNP 刊)은 박씨가 시각장애인인 부모의 고단했던 삶을 뒤돌아보며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소중했는지, 그 삶이 당신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등을 들려주는 에세이다.
“어릴 적 언제부터인가, 깊은 밤중이면 나와 형제들을 쓰다듬는 두 사람의 손길을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했어요. 코끝부터 발가락까지. 뛰다가 무릎을 깨지는 않았는지, 더러운 곳은 없는지…. 어린 나이에도 코끝이 시려오는 것을 느꼈었죠.”
바지가 껑충해지도록 자란 딸의 다리, 사람들이 잘생겼다 칭찬하는 작은아들의 훤한 얼굴, 그 모두를 부부는 꼼꼼히 살폈다. 부모의 손끝이 지켜주는 사랑 안에서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랐다.
이들 부부는 60년대 점자학원에서 만났다. 경기 양평군에서 농사일을 시작한 두 사람은 앞은 못 보지만 농사에는 곧 훤해졌다. 때로는 호미 쥔 손 위로 뱀이 스르르 지나가곤 했다.
부지런한 아버지는 마을 일대를 발끝으로 돌아다니며 익힌 감각을 이용해 우물 파는 일로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소를 길러 한때 재산도 제법 일궜지만, 정미소를 인수한 뒤 흉년이 들어 빚더미에 오르기도 했다.
자식들이 업신여김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두 사람의 자존심은 꼿꼿했다. TV 보러 간 다른 마을 친구 집에서 ‘발 더럽지 않냐’며 마루에 오르지 못하게 했다는 말을 듣자 부모는 이내 TV를 들여놓았고, 앞 못 보는 부부의 집이 마을 최초의 TV 있는 집이 되기도 했다.
“앞을 못 보는 사람도 사는 것은 똑같죠. 마음은 오히려 더 깨끗하고 건강할 수 있어요. 엄마는 그릇 하나를 사도 색깔까지 물어보시죠. 옷도 얼마나 색을 잘 맞춰 곱게 입으시는데요. 바쁜 자식들을 위해 손자까지 차례로 길러내셨어요.”
시집가서 인천에 사는 저자는 책에 “나는 이제 엄마의 지팡이가 아니지만 엄마는 지금이나 그때나 나의 지팡이다. 너무나 의지해서 없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결코 놓고 싶지 않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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