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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오천축국전' 역주서 낸 정수일씨

"혜초는 처음 아랍 제국을 다녀온 동양인이자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인입니다. 루브르박물관에 갇혀있는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은 우리 국보급 문화재입니다."
'무하마드 깐수'로 알려진 정수일((70.전 단국대 교수)씨가 국내 최초의 역주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펴냈다.
'왕오천축국전'은 신라 승려 혜초(704-787)의 인도 기행문으로, 1908년 둔황석굴에 두루마리 형태로 축약본 일부가 남아있던 것을 프랑스의 탐험가 펠리오가 발견했다. 원본은 현재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문명교류사를 전공한 정씨는 원문 분량(총 6천여 자)의 10배에 달하는 503개의 주석을 달아 1천3백년 전의 시공간을 되살려냈다.
그는 "`왕오천축국전'은 13세기 이탈리아 수도사 오도릭의 '동유기',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아랍인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와 함께 세계 4대 여행기로 불릴 만하다"고 말한다.
정씨는 또 "혜초 이전에 동양문화권에서 동서양을 횡단한 인물이 없었다"며 '왕오천축국전'에는 그의 겨레사랑은 물론, 험난한 여정을 이겨낸 도전정신이 절절히 배어있다고 평했다.
정씨는 지난 1996년 혜초에 관한 평전을 구상했으나 그 해 외국인 위장간첩 활동 혐의로 구속되면서 작업을 진행시키지 못하다, 2000년 광복절 특사로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역주서에 매달렸다.
그는 이번 역주 작업을 통해 '왕오천축국전'이 원래 세 권이었던 원본의 축약본이라는 점과 혜초가 아랍 제국의 중앙아시아 관할지인 니샤푸르(지금의 이란 동북부에 위치한 마슈하드)까지 다녀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기존 연구가들은 혜초가 배를 타고 니코바르 제도를 거쳐 인도로 갔고, 돌아오는 길에 양동국(부탄 북부)과 우기(호탄)을 들른 것으로 봤다.
정씨는 그러나 여행기 첫 부분에 나오는 '나형(裸形)'이 나체의 원시인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종교 수행자들의 모습이라고 해석하면서, 이 부분은 인도양의 니코르바 제도가 아닌 페사리국(바이샬리)에 대해 쓴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내렸다.
정씨는 또 히말라야가 가로 놓인 양동국이나 타클라마칸 사막 너머의 우기 지역은 혜초가 직접 다녀오지 않고 전해 듣고 쓴 것이라고 봤다.
그는 '내 나라는 하늘가 북쪽에 있고(我國天岸北)/남의 나라는 땅끝 서쪽에 있네(他邦地覺西)..누가 소식 전하러 계림으로 날아가리(誰爲向林飛)'라는 혜초의 시를 인용하면서 "심정적으로 해외에서 느끼는 망국의 설움을 많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해 4월 사면, 복권됐으며 5월에는 정식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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