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을 공부할 때 낯선 개념과 사고방식을 익히느라 지치기 쉽다는 문제점 때문에 오늘날 여러 경제 교양서들은 재미난 필치로 경제학 개념들을 친절하게 설명하거나,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례와 사고 실험을 덧붙여 거부감을 덜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경제 뉴스는 여전히 따라가기 힘들고, 쟁점들에 대해 입장을 세우기 힘든 경우들이 많다. 상식을 많이 쌓는다고 해서 거시적인 경제 문제를 이해하는 힘이 길러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누적 1000만부 이상 팔린 경제학 책들을 저술한 로버트 하일브로너와 ‘미래를 이끌어 갈 200인의 지도자’로 꼽혔던 레스터 서로는 이같은 경제학 책들의 단점을 개선하고자 ‘한번은 경제 공부’를 펴냈다.
“이 책은 독자들을 경제학자로 만들기 위해 쓴 것이 아니다. 일반 독자들이 경제 문제를 더 쉽게 이해하도록 하자는 것이다”라고 밝힌 저자는 책을 통해 꼭 필요한 경제학 개념들을 명료하게 설명해 그것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경제 현상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책은 미시적인 개념이 아니라 거시적인 흐름과 상황을 조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꼭 필요하지 않다면 되도록 경제학자들이 사용하는 전문용어와 수식들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간단하게 자본주의의 역사와 중요한 경제 사상가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과거와의 비교를 통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기본 특징이 무엇이며 어떤 요소들이 중요한지 알게 해준다.
이를테면 과거를 알아야 현재의 시장 경제 체제가 ‘발전과 기회, 성취의 발판’이면서 동시에 ‘불안과 동요, 고통의 원인’이기도 하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기술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새삼 곱씹을 수 있다.
또한 굵직한 경제학자들이 씨름했던 문제가 무엇인지를 개관하면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기본 목표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며,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논쟁과 갈등의 기본 바탕을 한결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거대한 흐름을 짚고 난 뒤에도 저자들은 경제학의 핵심 개념으로 꼽히는 수요와 공급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경제를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조망하며 그것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들을 개관한다.
저자들이 소개하는 큰 그림은 이렇다.
경제의 기본 뼈대는 기업, 가계, 정부다.
그 셋이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내는 것이 경제 성장이고, 그 경제 성장을 측정하는 도구가 GDP다.
기업은 투자를 통해 생산을 하고 가계는 소비를 통해 생산된 것을 사고 저축을 통해 투자에 사용될 여윳돈을 쌓는다.
정부는 통화를 통해 가계와 기업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고, 가계와 기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처리한다.
많은 경제 논쟁이 정부가 경제에서 해야 하는 역할을 둘러싸고 벌어진다.
이처럼 숲을 그려주는 저자들의 친절한 설명 속에서 어디에 무엇이 있고, 경제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