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8동 대학가 인근 위치
시니어층과 젊은층 공존
‘카네이션 하우스’ 어르신 대상
빵 브렌딩 워크숍·한글수업 등
소셜 아트&소셜 프로덕트 작업
‘만드는 사람, 개발자, 제조자’를 뜻하는 메이커스는 문화적 개념으로 확산되며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공장에서 대규모로 이뤄지던 제작 과정이 개인, 가정, 지역으로 내려오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담긴 제품 제작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지향하는 메이커스 문화는 제작자의 차별화된 기술과 노력, 시간이 축적된 결과물로 완성, 다양성을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창업의 대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경기문화재단은 2016년부터 창생공간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든 이 사업은 구도심, 유휴지, 방치된 공공 또는 민간 공간을 대상으로 생산이 가능한 작업공간, 예술상점, 카페, 실험실 등 공간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현재 안양의 이모저모 도모소, 수원의 생활적정랩 빼꼼과 칠보산마을 꿈꾸는 자전거, 성남의 창의공작소 재미, 남양주의 공도창공 수동, 오산의 미디어랩 문화전파사, 안산의 문화공간 섬자리, 고양의 별책부록 등 7개 지역에서 8곳의 창생공간이 운영되고 있다.
‘MAKER SPACE’라는 뜻의 창생공간은 메이커스 문화와 맥을 같이하지만, 예술가가 중심이 돼 지역문화를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찾을 수 있다.
지역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관련된 아이템을 생산하는 활동을 통해 창생공간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점은 마을네트워크 조성이다. 숨어있던 지역의 이야기들은 예술가들과 만나 더욱 흥미진진하게 변신해 세상과 만나기도 하고, 낙후됐던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이에 본보에서는 지역의 작은 변화를 이끌고 있는 8곳의 창생공간을 소개하고자 한다.
◇ 소개
이모저모 도모소는 안양시 만안구 안양8동 대학가(성결대학교)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에 인접한 안양은 1905년 경부선이 개통되면서 발전하기 시작, 서울의 주거 기능을 분담하는 위성도시로 자리잡았다.
이후 1995년 평촌 신도시가 준공되면서 경제력 있는 젊은층은 신도심에, 영세한 노년층은 구도심에 거주하는 분리현상이 가속화 됐다.
구도심에 속해 있는 안양8동 역시 저소득층과 노인 인구의 비율이 높다.
실제로 대로변에서 이모저모 도모소까지 이어진 거리는 대학생들이 좋아할 법한 프렌차이즈 음식점은 몰론 오래된 세탁소와 미용실, 슈퍼마켓 등이 사이좋게 어깨를 맞대고 있다.
오래된 상점과 새로운 상점이 공존한다는 것은 젊은층과 시니어층이 함께 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미화 대표가 이곳에 이모저모 도모소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문화적 접촉이 가능하고, 청년 세대와 시니어 세대 간에 문화적 교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곳의 제작 분야는 소셜 아트&소셜 프로덕트 디자인이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이슈와 환경이 반영된 사물이 가지는 사회적 기능에 주목한 이미화 대표는 오브제를 중심으로 창조적 활동을 도모하겠다는 뜻의 ‘이모저모 도모소’라는 이름을 붙였다.
공간은 공동 제작소, 지역이슈 연구소, 스튜디오, 전시장으로 꾸며져 있으며 한선경, 신동효 작가와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
◇ 활동
인근에 위치한 독거노인을 위한 복지시설인 ‘카네이션 하우스’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주요 활동을 진행했으며, 제품을 제작하는 과정 속에서 가치를 찾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선경 작가는 카네이션 하우스 어르신들의 반찬 레시피를 활용해 다섯 가지 빵을 브렌딩하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여성들에게 가장 자신있는 분야인 요리를 주제로 한 워크숍은 예전엔 가족들을 위해 정성껏 반찬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하지 않게된 반찬 만들기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됐다.
50대부터 70대까지 5명의 여성들을 섭외해 각자 잘 만드는 반찬으로 속을 넣은 호빵을 만드는 워크숍은 일상적인 음식과 함께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나눴으며 이후 시니어 먹거리 개발로 확장해 운영할 계획이다.
한글수업도 흥미있는 구성으로 진행됐다.
80대 이상 여성들의 문맹률이 높은 점을 고려해 기획한 한글 수업은 한글을 배우는 것 뿐 아니라 편지를 쓰고 싶은 대상을 정해 드로잉하는 작업도 병행하며 동기부여에 방향성을 뒀다.
또한 안마기로도 활용할 수 있는 자음, 모음 블럭 키트도 제작해 수업에 활용했다.
소셜다이닝 프로그램으로는 씹지 못하는 상황을 가정해서 나이듦을 경험할 수 있는 ‘가정(if)식’ 만들기를 진행했다.
죽이나 유동식 등 씹지 않아도 되는 메뉴를 만들고 함께 먹어보면서 일반적이지 않은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느낀점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잘 준비하는 죽음(웰다잉)을 주제로 한 활동도 진행, 카네이션 하우스의 30명 할머니를 대상으로 삶을 잘 마무리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한 뒤 각자의 다짐을 자수로 제작하는 과정으로 마무리했다.
소셜 아트&소셜 프로덕트 작업으로는 설문을 통해 사라지길 바라는 단어를 수집해 이를 양초와 비누로 만들었으며, 어르신들이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지 않도록 가방과 방석을 결합한 제품도 제작했다.(주소 및 홈페이지: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560-11(3층), http://domoso.cafe24.com)
/민경화기자 mkh@
“세상밖으로 나오지 못한 안양의 이야기·사회적 메시지 공유”
이미화 이모저모 도모소 대표
할머니 돌아가시면서
나이듦과 죽음에 주목
“사회참여적 활동 지향”
“전혀 다른 두 계층이 공존하는 안양8동은 그 다양성만큼 많은 이야기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모저모 도모소는 미술품이나 제품을 만드는 작업을 통해 세상밖으로 나오지 못한 안양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미화 이모저모 도모소 대표는 공간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할머니와 각별했던 이 대표는 2008년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나이듦과 죽음에 대한 이슈에 주목했다.
젊은층에 비해 문화를 향유할 기회가 적은 시니어 계층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도 이때부터다.
이미화 대표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나이듦이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2013년에는 청년작가들과 함께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수집해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라며 “그 이후로도 계속된 시니어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은 이모저모 도모소를 통해 더욱 구체화됐다”고 설명했다.
이곳의 주요 활동은 제작 워크숍 및 소셜 프로덕트 제작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주목하는 것은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치를 찾고 공론화시키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먹는 반찬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했던 빵 브렌딩 워크숍이나 뜨개질로 브래지어를 만들어보며 여성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함께 고민해보는 신동효 작가의 프로젝트에서 이모저모 도모소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
이 대표는 “무언가를 만드는 활동은 일반 문화센터나 복지시설에서도 진행하고 있다. 이모저모 도모소의 차이점은 예술가라는 포지션을 잃지 않으면서 사회참여적인 활동을 지향한다는 점이다”라며 “사회적인 메시지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목표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어르신들의 이야기 뿐 아니라 젊은층의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고 덧붙였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