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죽음은 가장 확실하면서도 가장 불확실한 사건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은 하늘 끝에서부터 지하 황천까지 탐구했지만 죽음은 여전히 아득한 존재로 남아있다.
죽음에 대한 해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원시 신화다.
전 세계의 여러 원시 신화를 통해 고대인이 죽음의 존재를 인지했으면서도 대체로 죽음을 부정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원시 부족의 신화에서 인간은 불사의 존재나 각종 우연한 사건으로 죽게된다.
악마의 소행이거나 불사의 선물을 가진 사자가 신의 뜻을 잘못 전달했거나 조상이 어리석은 선택을 했거나 하는 등 고대인은 모종의 방식으로 죽음을 부정하면서도 죽음의 이유에 대해서는 깊이 탐구하지 않았다.
이후 동양 철학에서 유가는 살신성인과 사이불후(死而不朽, 죽어서도 썩지 않는다)의 개념을 적극 숭상했으며 노자는 사이불망(死而不亡, 형체는 죽어도 도는 사라지지 않는다)을 이야기하며 죽어서도 잊히지 않는 사람이 장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순자는 태어나는 것은 삶의 시작이고 죽는 것은 삶의 끝이라면서 시작과 끝을 잘 다스리는 것이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서양 철학에서는 죽음을 예비하는 것이 자유를 예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양 철학자들의 죽음에 대한 사유는 그들이 죽음 앞에서 보여 준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데모크리토스는 자신의 두 눈을 멀게 만들고 단식으로 죽음에 이르렀고, 에피쿠로스는 따뜻한 물이 가득 담긴 욕조에 앉아 술잔을 들고 행복하게 죽음을 맞았다.
반면 소크라테스는 선을 위해 독주를 마시고 자살했으며, 친구에게 자기 대신 이웃에게 수탉 한마리를 돌려주라는 부탁까지 남겼다.
이처럼 삶과 죽음을 직시했던 철학 대가들의 초연적인 태도와 죽음에 대한 깊은 깨달음은 그동안 인류가 얼마나 투철하게 죽음을 탐구해 왔는지를 보여 준다.
이후 과학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죽음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치밀한 연구와 설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의학, 법률, 도덕, 윤리, 문화 등 여러 분야와 연결됐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서 죽음을 맞기 때문에 과학적인 죽음의 정의 가운데 의학적인 정의가 가장 중요해졌고, 감수성과 반응성, 운동성, 호흡, 반사작용이 없고 뇌파가 정지된 상태를 죽었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외에도 죽음에 대해서는 사회, 문화, 심리 등 여러 측면에서 바라본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죽음미학’은 우리가 왜 죽음에 대해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해 12가지 주제로 특강한 내용을 묶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죽음에 대한 여러 학문적 결과와 동서고금에서 논의된 문제를 심도 있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