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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요즘 영화들 제목을 보니

 

 

 

영화는 대중문화의 대표적 매체다. 일상에서 영화만큼 쉽고 편안하게 즐길 만한 경우가 있을까. 여러 사람이 동시에 특정한 영화를 감상하며 정서적 공감을 나누기에는 영화만한 것이 없다. 영화 탄생 100여 년을 훌쩍 넘기고, 텔레비전이나 게임 같은 새로운 매체들이 사람들의 흥미를 분산시켜도 영화의 위상은 굳건하다.

영화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어려운 일은 제목을 정하는 일이다. 지금은 마케팅 작업이 여론조사나 빅데이터 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통계에 기반을 두는 경향이 강하지만, 조금만 되돌아보아도 ‘감’에 따라 움직인 시절이 있었다. 제작자나 기획자, 시나리오 작가 등이 이런 저런 이야기가 될 것 같다고 제안(추천)하면 그것을 영화 소재로 개발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이야기이든 결국 제목을 정해야 하는데, 간결하면서도 영화의 인상을 결정지을 만한 호소력 있는 경우를 최고로 친다.

한국영화의 경우는 당연히 우리 식대로 짓는다. 소설이나 그 밖의 원작이 있는 경우라면, 그것을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 원작이 확보하고 있는 지명도를 활용하자는 것이 처음부터의 계산이었으니까. ‘춘향전’ ‘심청전’ ‘장화홍련전’ 같은 고전에서부터, ‘별들의 고향’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7년의 밤’ 등 원작소설을 바탕으로한 경우나 ‘홍길동’ ‘손오공’ ‘임꺽정’ 등 유명 캐릭터를 인용하는 경우도 흔하다. 흥행 성과에 민감하다보니 한글자 제목의 영화가 흥행 성공하면 한자 제목이 유행하고 세 글자 제목이 성공하면 세르자가 유행하기도 한다.

외국영화의 경우에는 많이 애매했다. 대부분의 제목은 일본에서 지은 것을 그대로 사용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내일을 향해 쏴라’처럼 고전으로 통하는 영화의 제목은 일본 제목을 그대로 번안한 것이다. 두 영화의 원래 제목은 ‘Bonnie & Clyde’ ‘Buct Cassidy and Sundance Kid’다. 모두 실존했던 갱들의 이름을 제목으로 붙인 것인데, 현지 관객이라면 모를까, 문화가 전혀 다른 지역에서는 제목이 상징하는 의미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적당한 제목을 다시 붙이게 되는데, 그렇게 나온 것이 ‘우리에게--’와 ‘내일을--’이다. ‘대부’의 원제목은 ‘GODFATHER’. 그야말로 ‘대부’라는 뜻이다. 일본에서는 ‘곳도화자’(갓파더의 일본식 표기)로 붙였다. 우리는 ‘대부’로 붙였고. 이 영화도 어쩌면 ‘갓파더’란 제목으로 나왔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은 것은 당시 영화 심의기준 중 ‘외래어’ 사용을 제한하는 부분이 있었다. 가수들의 이름을 한국어로 바꾸라고 하던 때라 ‘바니걸스’가 ‘토끼소녀’로 ‘라나에로스포’가 ‘개구리와 두꺼비’로 변한 경우다.

우리가 일본영화의 번안 제목을 이용한 것은 국제 교류가 한정된 탓에 외국 정보에 어두운 것도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였다.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일본 영화계는 유럽이나 미국영화계와 배급계약을 맺고 필름을 공급받는 체계를 갖추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일본 영화사를 대행사로 선정하거나 일본에서 수입하고 상영되는 영화의 흥행 결과를 지켜본 뒤에 수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관행처럼 계속되었다.

1988년 한국영화 시장이 개방되면서, 미국 영화사들도 한국 내에서 직접 배급하는 길이 열리자 다른 지역보다 먼저 개봉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일본 시장을 거치지 않고 독자 개봉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그런 탓에 ‘한국판 제목’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Ghost’(1990)의 제목이 우리나라에서는 ‘사랑과 영혼’, 일본에서는 ‘고스트: 뉴욕의 환상’으로 달라졌다. 요즘은 독자적인 수준을 넘어 아예 영어식 원제목을 그대로 표기만 바꿔 사용하는 사례가 줄을 잇는다.

영화를 본다는 것은 단순히 영상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고 교류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요즘의 추세는 너무도 무성의하고 무감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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