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장에서
/이현지
아주 잠깐이었어
꽃으로 기억되기 까지
예고도 없이 사라졌어
붉었던 그 자리
동트기 전
떨어져버린 풋감 같은 생
날개 치듯 털고 난 후에야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계절을 잇는 비릿한 바람
한 겹 한 겹 거느리고
제 몸을 휘돌아 나간
연꽃 진자리
세상을 살다보면 준비되지 않은 이별, 원치 않는 이별, 어쩔 수 없는 이별 등 수없이 많은 이별을 접하며 살게 된다. 불가에서도 ‘愛別難苦’라 하여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괴로움을 큰 고통 중의 하나로 여겼다. 이별 중에서도 죽음으로 빚어지는 이별이야 말로 가장 큰 아픔이고 고통이지만 그 죽음마저 속수무책,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또한 순리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의 모습이다.현대의학의 발전으로 기대수명이 획기적으로 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산다는 것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사라졌어/붉었던 그 자리” 삶이란 동트기 전에 떨어진 풋감 같은 ‘것’이라고 화자는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이렇게 담담히 적고 있다.그리고 꽃으로, 누구로 기억되는 것은 “아주 잠깐” 이라고 풀어내고 있다. 모든 생명체뿐만이 아니고 반짝이는 별들까지도 언젠가 소멸 될 운명을 가지고 잠깐을 지나가고 있다. /이채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