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석강
/주영중
붕 뜬 도끼처럼
다녀왔습니다, 허공을 찍으며
당신을 보내고 왔습니다
침묵으로 말을 감싸며 왔습니다
돌아오는 도로는 온통 칠흑이었습니다
배후와 한 뼘을 두고
내내 도망쳐 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찍은
깊은 영혼이
자꾸 따라오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을 떠나보낼 수 있을까. 부모나 형제 혹은 스승이거나 친구이거나 애인이나 적들까지, 나아가 종교나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물들까지를 포함하여 내가 ‘당신’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들을 영영 떠나보낼 수 있을까. 붕 뜬 도끼처럼 어디라도 찍을 수 있을 것처럼 막무가내로 찍어내며 그들을 떠나보낼 수 있을까. 지금의 나는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그들과의 관계와 영향 속에서, 그들의 전부 혹은 일부를 내재한 채 존재하고 있는 것, 그렇다면, ‘당신’을 보내는 일은 결국 ‘나’를 보내야만 하는 일. 지독한 침묵으로 칠흑 속 배후를 두고 도망친다 한들, ‘당신’만을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내가 ‘나’를 보내지 않고서는, ‘당신’의 깊은 영혼마저 떼어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당신’을 보낼 수 없는 것, 그것이 어쩌면 ‘나’, 삶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