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주름
/이정록
눈주름은
웃을 때 피어나지
따뜻하게 피는 꽃주름이지
먼산주름은
산 너머까지 마음을 열 때 안아주지
메아리를 연주하는 아코디언이지
꽃주름은
꽃봉오리만의 속주름이지
꿀주머니와 향기자루를 묶어 맨 자국이지
꽃잎 활짝 펼칠 때 사라지지
꼬막껍데기 부채주름은
개펄에 밑줄을 치며 공부한 시간표지
아기파도를 감싸고 있던 포대기지
주름은 아름답지
아낌없이 내어준 무늬지
몽땅 품어준 나이테지
이 세상 주름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생각해 보면 산하대지가, 인간관계가 모두 주름투성이인 것이다. 생로병사가 생주이멸이 성주괴공이 다. 속속들이 주름을 품어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일진대 이 덧없지만 숙고와 인고의 표식을 어찌 아름답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주름의 품 그늘은 다분히 넓고 넓어서 간단없는 이력과 겹겹 세월의 더께가 점층적으로 드리워져 생긴 관록의 결과물일 것이다. 그러므로 주름은 아름답고 푸근한 것. 웃음의 흔적인 눈주름, 첩첩 능선이 겹친 산 주름, 봉오리가 끌어안은 꽃 주름, 바닷물에 부대끼며 키워온 꼬막껍데기 주름들, 이 모두가 자기를 비우거나 주변을 넉넉히 품어 시간의 물살을 아로새긴 아름다운 무늬들인 것. 거울 속 눈주름에 위로를 보낸다. 애써 주름을 지우려하지 말지니, 주름진 얼굴의 참모습을 읽어내는 눈썰미를 기를 일이다. /이정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