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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휘파람새

 

 

 

휘파람새

                                  /박미라
 


사랑을 훔쳐서 목숨으로 쓴다는 도둑이 있었다



도둑질할 품목의 무게와 특성쯤은 알아야 한다고

한여름 생선보다 쉽게 상할 수도 있고

보관방법도 천차만별이라고

더구나 그 무게를 아는 자 없더라고

달랠 만큼 달랬는데



전설 속 대도大盜라도 된다는 듯

휘파람소리만 강물처럼 흘려보내더니



마침내 나는 눈멀고 귀멀어

도둑의 행방 환하게 보이고



찢어진 목청을 다스릴 만한데



이제, 목숨을 훔쳐서 사랑으로 쓴다는 도둑의 소식에

나는 그저 겨울로 향하는 휘파람새 소리거니 귀를 닫는다

 

 

우리는 누군가의 사랑을 훔쳐야만 살아갈 수 있다. 엄마의 사랑이나 자식의 사랑, 혹은 친구나 연인, 나아가 나에 대한 ‘나’의 사랑을 훔쳐 파먹어야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사랑이라는 것의 무게와 특성을 가늠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사랑의 정체는 변화무쌍 그 자체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사랑한다는 것, 그것으로 목숨을 이어간다는 것은 얼마나 애가 타는 일인가. 그런데 ‘도둑’은 이제, 목숨을 훔쳐 사랑으로 쓴다고 한다. 사랑으로 목숨을 살리는 것도 버거운 일인데, 목숨으로 사랑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목숨이 아니라 사랑이 목적이다! /김명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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