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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어두워지는 일

어두워지는 일

                                     /류미야



저녁이 사력을 다해 밤으로 가고 있다

떨어진 잎새 하나 어두워지는

초겨울 가로등 불빛 아래

많은 것이 오간다



낮을 걸어 나오면 밤이 될 뿐이지,

저무는 것들의 이마를 짚어본다

불현듯 낡아 있거나

흐려지는 것들의



서리 낀 풀숲에 겨우 달린 거미줄이나

명부冥府 같은 우물에도

이 밤 별은 뜨리니

죽도록 어둠을 걸어 아침에 닿는 것이다



굳게 닫힌 바닥을 발로 툭툭 차면서

다친 마음 바닥에도 실뿌리를 뻗어본다

겨울이 오는 그 길로

봄은 다시 올 것이다

 

 

저녁을 걷는다. 차츰 어두워지는 능선에서 검은 선이 명백하게 그어지고 있다. 어둠이란 항상 바깥에서 시작해 안으로 들어오며, 내부의 모든 빛에 스며드는 법이다. 시인은 저녁을 걸으며, 스며드는 어둠의 투박하고 자세한 골목들을 본다. 골목은 혈관처럼 집을 향해 흩어지는데, 느리고 사소하며 급격하다. 먼 곳의 희미한 냄새들처럼 모호하면서도 가볍다. 저녁을 걸으며, 이 골목들이 찍은 발자국을 본다. 발자국이란 삶의 반경이며 속도이고 망설임의 표식이다. 발을 디디면서 발바닥의 앞쪽에 힘을 주었을 때, 몸의 기울기가 생기고 그 무게만큼의 어둠이 밀려와 스며들고 흩어지며 급격해지기 때문이다. “저녁이 사력을 다해 밤으로 가고 있다”는 문장은 이러한 사태를 집약한다. 그러므로 ‘어두워지는 일’이란 “불현듯 낡아있거나 / 흐려지는 것들의” 이마를 짚는 일이다. 바깥에서 안으로 스며드는 어둠에, 바로 “서리 낀 풀숲에 겨우 달린 거미줄이나 / 명부冥府 같은 우물”에 별을 하나씩 달아주는 일이다. “겨울이 오는 그 길로” 봄이 다시 오는, 생을 향한 어마어마한 사태의 일어섬이다. /박성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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