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성찬
/정수자
톱날 혀를 장착한 서북풍이 오고 있다
설산 고봉이 숨을 내쉴 때마다
눈 시린 포옹 속에서
살이 삭는 사막사막
혀가 닿을 때마다 몸을 다 내줬는지
창문만 빼꼼 남은 무덤 같은 모래 역참
현장*도 뼈를 바칠 듯
숙여숙여 지났으리
빗방울만 스쳐도 풀은 별로 돋는데
마음의 행방은 또 둘 데 없는 고비라
기나긴 바람 성찬 앞에
생을 힘껏 조아린다
사막이며 고비이고 고비이며 사막이군요, 저 실크로드는. 동서교역로서의 명명이 무색하게 삭풍이 날뛰고 살이 삭는 그 삭막한 모래바람 속에서 시인은 마음의 행방을 묻습니다. 현장법사가 구도를 위해 목숨 걸고 걸었던 그 길이지요. 뼈라도 바치겠다는 각오 아니고서야 1500여 년 전에 어찌 그 결행이 있었겠습니까. 교통수단이며 제반여건이 훨씬 수월해진 오늘날에도 그에 버금가는 결기가 있어야 실크로드로의 여행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몇 고비를 겪어내야 이룰 수 있는 노정의 사막여행은 그래서 나에겐 늘 시렁에 얹어 둔 꿈입니다. 그 꿈을 단호하게 이룬 시인의 실크로드 시편의 행간에는 바람의 성찬으로 영혼을 벼리려는 구도의 행각이 돌올합니다. 그리하여 탁월한 언어의 조련사인 시인의 붓 끝에서 피어나는 시의 맛이 찬란히 깊습니다. /이정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