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꽃
/성향숙
밤새
비오는 소리 들린다
나뭇가지마다
풀잎 끝마다
빨랫줄마다
대롱대롱 몰려가는
젖은 꽃들의
손사래 행렬
- 시집 ‘푸른사상’/ 엄마, 엄마들
겨울의 끝자락 봄이 기다려 지는 때, 촉촉히 내리는 비는 상큼하고 설렌다. 그것은 또 다른 시작 새봄의 전령이기 때문, 추위에 주눅 든 고목나무도 기지개를 켜고 땅 속 깊이 묻힌 파초나 다알리아 알뿌리들은 언 몸을 녹인다. 맑은 물방울들 대롱대롱 매달은 나뭇가지, 빨랫줄, 묵은 풀잎들 메마른 입술을 적시며 온 세상에 새 기운을 돋우려 손사래치며 우주로부터 달려오는 투명한 것들의 행렬을 누가 반기지 않겠는가.
/최기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