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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전시 ‘철길옆 옥상전시’

‘전시 장소는 허름한 3층 건물 옥상, 주 관객층은 4호선 지하철을 타고 산본에서 금정을 지나가는 승객.’
일반적으로 미술전시하면 일정한 틀이 갖춰진 전시관에, 작품을 보기 위해 짬을 내 전시관을 들르는 관람객을 연상한다. 그런데 여기에 반기를 든, 가난하지만 마음이 배부른 작가가 있다. ‘철길옆 옥상전시’(30일까지)라는 이색전으로 호기심을 일으키고 있는 강승훈(30)씨다.
경기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강씨는 학부시절부터 팝아트에 관심을 가졌고, 졸업 이후에도 계속 이 장르에 매달려왔다. 그러나 막상 전시를 하려고드니 마땅한 장소도, 여유도 없어 고안해 낸 것이 ‘옥상’이다.
“여러 고민을 하다 생각해보니 꼭 전시장에서만 작품을 전시하란 법은 없잖아요. 특히 바쁜 서민들이 시간을 내 전시장을 찾는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옥상전시였죠. 그것도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철길 아래 있는 장소로.”
그는 이후 지하철 안에서 잘 보이는 옥상을 찾아 다녔고, 오토바이 가게 건물을 보름간 10만원에 빌릴 수 있었다. 당시 돌보지 않아 쓰레기 더미였던 옥상을 친구들의 도움으로 청소를 마친 뒤 지난 14일부터 전시에 들어갔다.
“전시가 시작되자 사람들의 관심이 엄청 났어요. 언론사에서도 연락이 많이왔고 지나가다 들르는 사람들, 대학생들, 공공미술하는 분들까지. 영국에서 미술한다는 분도 관심을 보였으니까요. ‘지하철에서 봤다’며 뭐하는 거냐고 물어오는 동네분들도 있었어요. 팝아트라고 하자 생소해하시면서도 재밌어 하더라구요.”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그가 선보이는 장르는 팝아트다. 여성의 캔버스 천 위에 누드 드로잉을 그린 뒤 잡지형태를 빌려 글귀를 적어 놓은 것들도 있고, 구찌나 말보로 등의 상표를 응용한 팝적인 그림들도 있다. 또 대학시절부터 자신이 수첩에 적어온 문구를 적어 놓기도 했다.
이번 전시컨셉에 대해 강씨는 이렇게 말한다. "옥상은 건물 중 가장 높은 곳이지만 권력이나 부와는 거리가 멉니다. 돌보는 이 없는 그곳은 항상 외롭고, 옥탑방이 있는 그곳은 가난한 이들의 공간처럼 여겨지지요. 그러나 힘겨운 세상에서 잠시 빠져나와 바람을 쐴 수 있고, 남들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어 잠시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이지요. 문화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돈이 없어도 즐길 수 있는 문화, 생활속에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문화, 외롭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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