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가 돌아다닌다
/장옥관
고등어가 공기 속을 유유히 돌아다닌다
부엌에서 굽다가 태운 고등어가
몸을 부풀려
공기의 길을 따라 온 집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반갑지도 않은데 불쑥 손목부터 잡는
모주꾼 동창처럼
내 코를 만나 달라붙는다 미끌미끌한
미역줄기 소금기 머금은 물살이 문득 만져진다
고등어가 바다를 데리고 온 것이다
이 공기 속에는
얼마나 많은 죽음이 숨겨져 있는가
화장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름과 이름들
황사바람에 섞여 있는 모래와 뼛가루처럼
어딘가에 스며 있는 땀내와 정액,
비명과 신음
내 코는 고등어를 따라
모든 부재를 만난다
부재가 죽음 속에서 머물고픈 모양이다
- 장옥관 시집, ‘그 겨울 나는 북벽에서 살았다’
공기 속에는 온갖 냄새와 소리가 있다. 우리가 숨을 쉬는 동안 우리와 함께 하는 그 잡을 수도 없는 파동은 우리 곁에서 늘 숨을 쉰다. 그리고 우리 곁에 없는 누군가의 부재를 떠올리게 한다. 잊어버릴 수 없는 비명과 신음을 기억하게 한다. 시인은 이렇듯 한 마리 죽은 고등어를 굽다가 태운 일을 통해 많은 것을 유추한다. 한 목숨의 죽음이, 그리고 그 죽은 한 목숨의 태움이 그리 단순한 것만이 아님을 말한다. 공기의 길을 따라 온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고등어 냄새는 우리가 헤엄치고 있는 바다와 그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보내야만 하는 이름들과, 어딘가에 스며있는 땀내와 정액을 맡게 하는 것 같은, 그들이 남기고 간 순간을 불러온다. 이렇듯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혼합이다. 절대 배척할 수 없는, 모든 것이 서로 공존하는 세계 속에 있다./서정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