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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정조의 건축]장안문 홍예 개판(蓋板)

 

 

 

조선 시대 성문 통로의 홍예는 일반적으로 육축의 앞과 뒤에만 설치되어 있고 통로의 중간은 홍예 없이 천정이 뚫린 구조다. 이곳을 막지 않으면 뚫린 공간을 통해 상부 문루의 하부가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개판 ‘천장’을 설치한다.

중국 성문의 홍예는 벽돌을 사용했고 통로 전체에 홍예를 설치한 원통형홍예(Vault) 구조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육축의 앞뒤에만 홍예를 설치했다. 구조상 성문은 가장 취약 부분으로 공격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성문에 방어시설이 집중된다. 수원 화성은 정조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이전의 성곽에서는 볼 수 없던 중국의 선진 성곽구조 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축성 관계자들이 직접 눈으로 중국 성곽을 보고 시공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책을 통해 접한 제한적 정보만을 활용했기 때문에 기존 방식을 넘어서지 못했다. 특히 책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홍예 내부 구조와 오성지(五星池)의 위치 등에서 미진한 부분이 보인다.

장안문의 외부 홍예는 높이 17.5척(5.4m), 폭 16.2척(5m)이고 내부 홍예는 이보다 큰 높이 19척(5.86m) 폭 18.2척(5.6m)이다. 내부 홍예가 큰 이유는 방어를 위한 것이며 성문이 안쪽방향으로 열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록에는 통로 상단에 천장을 만들고 구름무늬(雲氣)를 그렸다고 돼있으나 지금은 구름은 없고 2마리의 용(龍)이 성문을 지키고 있다.

장안문을 지키는 용은 외부 쪽은 황룡(黃龍)이고 내부 쪽은 청룡(靑龍)이다. 용은 장안문뿐 아니라 화성의 다른 모든 성문도 지키고 있다. 팔달문은 2마리, 또 남·북옹성문과 동·서대문에 각 1마리 또 서남암문에 1마리로 수원화성을 지키는 용은 총 9마리가 된다. 보통 궁궐이나 성(城) 내부의 안전을 위해 출입구에 사악(邪惡)한 기운을 막고 잡귀(雜鬼)나 마귀(魔鬼) 등을 쫓는 벽사(僻邪)의 문양이나 조각을 설치한다.

하지만 창건 당시 용을 배제하고 구름만 그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조선 시대 건물 문양 사용은 제한됐으며 궁궐이나 사찰 등에만 사용되었다. 하늘을 나타내는 구름은 상서로운 문양이지만 사용 장소에 따라 의미가 달랐다. 수원화성에 사용된 구름 문양의 의미를 살펴보자. 첫째, 절대자가 있는 장소라는 권위의 상징이다. 왕이 주재하는 곳이 바로 천상(天上)의 세계라는 의미로 여기에 올라가기 위한 계단 소맷돌에 구름을 조각했다. 이런 방식은 범어사, 통도사, 법주사 대웅전 등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불교 문화를 왕실에서 받아들이면서 궁궐의 전각과 왕릉의 정자각에도 사용된다. 수원화성에서는 봉수당, 낙남헌, 동장대 등이 대상이 됐다. 이 계단 소맷돌을 운각대우석(雲刻大隅石)이라 불렀다.

둘째, 예술적인 장엄의 의미가 있다. 장안문과 팔달문 홍예 개판(蓋板) 즉, 통로의 천장에 사용된 창건 당시의 구름 문양은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홍예와 관련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홍예는 반원형의 문으로 무지개를 나타내지만, 옛날 중국에서는 용(龍)을 의미해 수컷을 홍(虹)이라 하고 암컷을 예라 불렸다. 홍예가 무지개 또는 용을 나타냄으로 굳지 반복해 그리지 않고 구름 문양을 그림으로써 서로 조화를 추구한 것으로 본다.

수원을 지키는 9마리의 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각기 다른 모습으로 통일성은 보이지 않는다. 건물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팔달문과 화서문의 용 문양이 다르며 장안문과 북옹성의 용 문양은 완전히 다른 양식으로 그린 시점이 각기 다르다고 본다. 용은 규범이 되는 궁궐에서 사용한 용 문양을 보면, 근정전과 중화전의 보개(寶蓋, 왕이나 부처의 머리 위에 설치되는 특별히 장식한 천장)에 용이 있다. 형태는 길이가 짧은 도마뱀 모양으로 두 마리가 대칭적으로 중앙의 여의주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이에 반해 장안문의 용은 긴 뱀 같으며 황룡은 몸을 꼬고 있고 중심에 여의주가 있으나 이를 외면하고 반대쪽을 바라보고 있다. 용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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