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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있을수록 함께 있다"

법정 스님 산문집 '홀로 사는 즐거움'

"행복은 결코 많고 큰 데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적거나 작은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현대인들의 불행은 모자람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넘침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가진 것이 적어서가 아니라 따뜻한 가슴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따뜻한 가슴을 잃지 않으려면 이웃들과 정을 나누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22쪽)
무소유의 삶을 실천해온 법정(法頂.72) 스님이 '오두막 편지' 이후 5년만에 신작 산문집 '홀로 사는 즐거움'(샘터 刊)을 펴냈다.
스님은 많이 가지려하고 많이 얻으려하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가슴을 가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마음을 비우라'고 이야기한다.
"바람이 불고, 꽃이 피었다가 지고, 구름이 일고, 안개가 피어오르고, 강물이 얼었다가 풀리는 것도 또한 자연의 무심이다. 이런 일을 그 누가 참견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다만 자연 앞에 무심히 귀를 기울일 뿐이다."
스님은 올해 초 10년째 이끌던 시민단체 '맑고 향기롭게'의 회주(會主.법회를 주관하는 승려)와 '맑고 향기롭게'의 근본도량인 서울 성북동 길상사 회주를 동시에 내놓고 침묵수행을 하고 있다.
이 책은 2001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맑고 향기롭게'에서 펴내는 같은 이름의 회지에 쓴 글들을 모은 것이다. 욕심과 집착을 버리고 자연속에서 홀로 지내는 스님의 깊은 사유와 맑은 영혼의 소리가 글에 담겨 있다.
"이 세상에서 나 자신의 인간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내가 얼마나 높은 사회적 지위나 명예 또는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가가 아니다. 내가 나 자신의 영혼과 얼마나 일치되어 있는가에 의해 내 인간 가치가 매겨진다. 따라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열정적인 힘을 부여하는 것은 나 자신의 사람됨이다."(32쪽)
이외에도 책에는 바닷가 거처로 잠시 옮겨갔을 때의 이야기, 모든 세속의 직함을 버릴 당시의 심경, 작고한 동화작가 정채봉씨와의 특별한 인연,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강원도 산속 오두막에서 생활하는 일상의 모습 등이 담겨 있다.
또 세계를 놀라게 했던 9.11테러사건을 비롯한 속세의 일들에 대한 단상과 현대인들의 삶에 일침을 가하는 준엄한 꾸짖음 등 모두 40편의 글이 실려 있다.
10여년전 평소 친분이 있던 `이당'이란 도예가 집에서 법정스님이 즉석에서 쓴 글씨와 그림을 책의 표지 이미지로 활용했다. 엽서로도 만들어 책속에 끼워넣었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듯하다. 209쪽. 9천800원.
오늘도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혼자 지내고 있는 스님은 변하지 않는 침묵과 무소유의 철저함으로 이 시대 가장 순수한 정신으로 손꼽힌다. 책 안에는 홀로 있어도 의연하고 늘 한 자리에 서 있는 나무처럼 변하지 않는 삶의 진리와 일관된 철학이 담겨 있다.
"내가 외떨어져 살기를 좋아하는 것은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리듬에 맞추어 내 길을 가기 위해서다. 그리고 사람보다 나무들이 좋아서일 것이다. 홀로 있어도 의연한 이런 나무들이 내 삶을 곁에서 지켜보고 거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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