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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논쟁만 일삼는 토론문화

 

 

 

 

 

최근 TV와 대중매체에서 진행하는 공개토론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1980년대 후반의 한국사회는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진척됨에 따라 대중매체에서 각종 찬반토론이 고정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 왔다. 흥미로운 점은 연예인 중심의 신변잡기의 내용보다는 각계의 전문가 패널들이 출연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의 지식 콘텐츠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아직까지도 성숙하지 못한 토론문화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논객으로 유명한 패널들의 토론을 보고 있노라면 논리와 팩트가 아닌 감정에 치우친 고함과 욕설, 악플과 동문서답 일색이다. 또한 이견에 대한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가 기초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민주 사회에서 토론을 중시하는 까닭은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내가 설득당하거나 아니면 상대를 설득해 어떤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CNN의 시사 토크쇼 명사회자 래리 킹의 저서 ‘대화의 법칙’에서 “정치적이 되었든, 감정을 울리는 것이든, 철학적인 것이든,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사람은 게스트로서 낙제”라고 언급하면서 말을 잘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 했다. 내 의견만 주장하고 다른 이의 견해엔 귀를 막아버린 채 편가르기만 일삼는 식의 토론이라면 없느니만 못하다. 작금의 토론들을 통해서 발생되는 오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구체적인 논쟁점에 대해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기 보다는 불확실한 추론을 제시하면서 정황이나 동정심 등의 감정에 의존하고 있다. 자신이 만나서 얻은 정보는 ‘진실’이라고 주장하거나, 자신이 열심히 노력했다는 점을 계속 부각해서 감정적 동정으로 대신하려 한다면 토론이 무의미해진다.

둘째, 자신의 견해를 다수가 지지하고 있음을 집중 부각함으로써 토론을 군중심리에 의존하는 오류이다. 다수가 지지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올바른 것일 수는 없듯이 주장의 정당성을 내용 자체가 아니라 다수의 지지 여부를 통해 입증할 수 있다고 여기는 문제이다.

셋째, 상대의 논거와 결론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인품이나 성격을 공격하는 인신공격의 오류를 들 수 있다. 과거의 생각이나 판단을 들어 논쟁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거나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인격과 관련해 몰아가는 것은 인신공격에 해당한다. 자신의 생각과 방향이 다르다고 해서 “애완견”, “양아치”, “잡범”이라며 비아냥거리거나 모독하는 표현은 토론자로서 상당히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넷째, 내용에 대한 엄밀한 옹호와 반박보다는 말꼬리를 잡아서 희화화하는 조롱과 비판을 혼동하는 토론을 보여줌으로써 내용보다 이미지를 더 중시하는 왜곡된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는 말하는 태도의 오류이다. 대화 도중에 습관적으로 잦은 팔짱을 끼는 방어기제,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태도, 상체를 뒤로 재끼고 있는 보디 랭귀지, 아이컨택의 위배, 상대방을 '그쪽'이라 칭하는 언어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우리사회의 토론문화는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기에 급급한 나머지 그저 상대를 제압하려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경향과, 토의 주제에 대한 논리적 근거나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모두까기 인형’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언론노출증’ 방송 비즈니스맨들만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토론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회적 참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으며,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자신 있게 실행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어떻게 든 내 뜻을 설득하기 위해 원칙만을 강요함으로써 논쟁만 되풀이 되고 있는 어른들의 토론문화 부재는 장차 우리나라를 짊어지고 갈 후세들이 진정한 토론문화를 배우며 성장할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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