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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익의 생활 속 지혜]졸혼(卒婚)

 

 

 

‘졸혼’이란 ‘혼인 관계를 졸업하다’는 의미로 이혼하지 않고 법적으로 부부관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는 공간과 각자의 생활, 취미 등을 간섭하지 않는 형태이다. 졸혼이라는 말은 2004년 일본의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彬山 由美子)가 ‘졸혼을 권함’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한 신조어(新造語)이다. 졸혼을 결정한 부부들은 한집에 함께 살면서 서로 간섭만 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따로 살면서 가족 행사 등에서 만난다.

문학평론가 김성수는 졸혼에 대해 ‘가정이 깨어진대도 법적 정리를 못해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것이 졸혼의 실체’라고 말한다. 그러나 졸혼의 형태는 원만한 사이의 부부라도 ‘자기 주도적 삶’을 영위하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위기의 부부들이 이혼의 대안으로 졸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졸혼: 결혼관계의 재해석’의 저자인 강희남은 ‘졸혼이 황혼이혼의 신드롬을 진정 시켜주는 대안이 될 것이며 혼인과 이혼사이 졸혼이 존재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낡은 결혼을 졸업할 시간, 졸혼 시대야 말로 나와 가족이 더 행복해지는 관계혁명이 될 수도 있다. ‘졸혼’은 100세 수명시대 삶 중에서 생애 후반기, 즉 평생의 본업에서 손을 놓거나 정년퇴직하고 난 중·장년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때 부부가 삶의 방향과 생각이 다르다거나, 특히 불화가 심하다면 각자 다른 삶의 방향에 대해 그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서로의 길에 격려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졸혼은 추구하는 삶의 콘텐츠가 있어야 가능한 방식이다. 평생 추구할 수 있는 삶의 내용이 없다면 졸혼은 중년들보다는 장년들에게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주도면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부부관계 전문가들은 졸혼전 준비해야할 것으로 세 가지를 말한다.

첫째, 경제적여유다. 각자의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돈은 필수다.

둘째, 자기관리다.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는지, 집안일을 할 수 있는지,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셋째, 정서적 안정감이다. 혼자 지내야 하기 때문에 외로움이나 고독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인 김갑수는 ‘졸혼의 전제 조건으로 고독, 기본조건으로 자기 삶’을 꼽았다. 그러면서 ‘해일처럼 밀려드는 고독감을 버텨낼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졸혼의 양면은 고독과 자유다. 그런데 가끔은 그 고독이나 고립감이 몸살이 날 정도로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졸혼한 사람들의 공통적 견해는 ‘둘이 있어 불편함 보다 혼자의 외로움이나 고독감이 더 견디기 어려울 때가 있다.’라고 한다.

유대인의 생활 규범인 탈무드에서 ‘부부는 동정심과 인내심을 가지고 대하면 대부분 해결된다.’라고 하지만 동정심은 그렇다 쳐도 인간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거리산생미(距離産生美)라는 말은 ‘떨어짐이 아름다움을 만든다.’는 뜻이다. 부부관계를 떨어뜨려 최악을 피하는 아름다운 졸혼: 황혼이혼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혼도 운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운명도 노력에 의해 바꿀 수 있다. 부부의 만남도 인연이자 운명이지만 관계는 노력이다. 인생 최고의 행복은 부부간 금실이 좋은 것이다. 함께 정담을 나누고,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함께 좋은 구경 다니는 것, 이 행복과 견줄 수 있는 것이 이 세상에 그 무엇이 있으랴! 이것들은 특히 노년의 삶에 요건(要件)중 최우선이다. 그러나 부부간 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 한다거나 지난날의 잘, 잘못만을 곱씹어대고 공치사만을 늘어놓는다면 파국만이 기다릴 뿐이다. 부부사이 어떤 형태의 이유로 이혼을 고민하거나 결정할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불화가 심각하고, 서로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면 이혼하고 새 삶을 찾는 것이 답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 삶이 행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결코 아니며. 또 다른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는 법이다.

내 가족들, 특히 인생의 최후 보루인 자식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앞날에 장애가 되게 하지 않는 것이 부모의 당연한 도리이자 섭리이다. 부모가 무너지면 자식들도 무너질 수 있는 개연성이 크다. 이승에서 내 생명이 다할 때 까지 부모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일념(一念), 나만 참고 견디면 가족들 모두 평안(平安)하다는 굳건한 마음으로 이혼의 문턱에서 대안으로 졸혼을 선택하는 것이 삶의 지혜가 아닐까? 이혼이 흔한 요즘 세태에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다. 특히 급증하는 황혼이혼을 우리 모두 숙고하고 경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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