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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스타의스타트랙]조건반사(條件反射)

 

 

종소리가 들리면 개가 침을 흘린다.
러시아의 심리학자 이반 파블로프(Ivan Pavlov)의 실험으로 잘 알려져 있는 조건반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개에게 먹이를 줄 때 종을 치는 패턴을 계속하자, 어느 순간 개는 종소리가 들리면 먹이의 유무와 상관없이 침을 흘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소리를 통한 자극이 주는 조건반사가 만들어낸 생리적 습관이었다.
소리 그리고 음악이 행동을 부른다.
나의 경우를 예를 들면 록밴드 페이스 노 모어(Faith No More)의 ‘이지(Easy)’라는 곡을 들으면, 산과 바다로 캠핑이나 서핑을 떠나고 싶어진다. 일요일의 아침처럼 여유 있게 맞이하게 되는 이 곡의 가사처럼, 그 어떤 부정적인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원곡은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가 솔로로 활동하기 전 리드 보컬로 몸담았던 소울밴드 코모도스(Commodores)의 곡으로 평온하고 담담하게 이별의 순간을 이야기하는데, 격앙되지 않게 이별을 고하는 모습이 오히려 치열한 현실과 달콤한 휴식과의 간극을 부드럽고 느슨하게 넘어가게 만드는 힘이 있어, 여행의 출발 전후로도 자주 듣는 음악이다. 구구절절한 가사 속 이별 이야기보다 ‘I’m Easy Like Sunday Morning’이라는 구절에 감정이 실렸고, 그렇게 나는 이 곡에 자연스레 반응해왔다.
1999년부터 방송되었던 KBS의 코미디 예능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가 폐지되었다.
지난 6월 26일의 마지막 방송으로 21년간의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이날 프로그램은 역대 인기 있었던 코너를 수놓았던 수많은 출연자들의 캐릭터들로 채워지며, 그간의 오랜 행보에 마침표를 찍었다.
방송의 엔딩에는 깜짝 게스트가 있었는데, 바로 개그콘서트와 그 역사를 같이 해온 이태선 밴드였다. 
코너와 코너 사이의 윤활제 같은 역할로, 그리고 시작과 끝을 알리는 상징적인 시그널로, 개그콘서트를 정말 콘서트같이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던 만큼, 그들의 등장은 무대 위의 출연자들이나 TV 앞의 시청자들에게 여러 가지 감정으로 다가왔으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이태선 밴드의 연주가 시작되자 보였던 출연자들의 눈물에서는, 지난해 하차 후 만나지 못했던 이태선 밴드에 대한 반가움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 보였다.
모두들 공감하겠지만 방송의 마지막 부분에 연주되었던 엔딩곡인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파트타임 러버(Part Time Lover)’는 오랜 세월 동안 일요일의 마지막임을 알려주는 음악이었고, 또 누군가에게는 월요일의 시작을 알리는 짜증스러운 알람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방송이 끝나고 이 곡이 울려 퍼지면 20년 이상 학습 되어온, 각자 나름대로의 조건반사가 일어났던 것이다. 스티비 원더를 몰라도 또한 이태선 밴드를 몰라도 이 음악에는 자연스레 반응했다.
사실 ‘파트타임 러버’의 가사는 은밀한 사랑에 관계에 놓인 한 남자의 이야기로, 조심스럽고 아슬아슬한 불륜의 사랑을 노래한다. 물론 이태선 밴드에 의해 편곡, 연주된 곡에서는 보컬 파트가 빠져있어 긴장감 있고 탄력 있는 멜로디와 리듬의 곡으로 기억하겠지만 말이다. 
‘파트타임 러버’가 사라진 첫 번째 일요일을 맞았다.
개그콘서트에 의한 조건반사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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