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박물관(관장 김성환)은 전주이씨 덕천군파 백헌상공 종손 이용우씨로부터 총 218건 611점의 유물을 기증받았다고 21일 밝혔다.
기증유물에는 보물 제930호 이경석 궤장 및 사궤장 연회도 화첩, 보물 제1630호 숙종어필 칠언시를 비롯해 종가댁에서 대대로 보관해 오던 고서와 고문서, 민속유물, 서화유물 등이 포함돼 있다.
전주이씨 덕천군파 백헌상공 종중은 조선 중기의 대학자 백헌(白軒) 이경석(李景奭, 1595~1671)을 중심으로 4대에 걸쳐 세 명의 대제학을 배출한 경기도 주요 가문이다.
이경석은 왕실의 종친으로 정묘호란으로 인해 국가가 위기에 처했던 시기에 재상으로 활동한 인물로 1613년(광해군 5) 진사시에 합격하였으며, 1626년(인조 4)에는 문과 중시에서 장원 급제했다.
1636년(인조 14) 병자호란 때에는 부제학으로 ‘삼전도비문(三田渡碑文)’을 짓기도 하였다. 이후 대제학과 이조판서를 지냈으며, 1641년에는 청나라에 볼모로 가 있던 소현세자의 이사(貳師)가 되어 심양으로 가기도 했다.
경기도 성남시 석운동에 위치한 이경석의 묘는 경기도기념물 제84호이다.
보물 제930호인 ‘궤장(几杖)’은 이경석이 74세 때인 1668년(현종 9)에 임금에게 직접 하사받은 것으로 의자 1점과 지팡이 4점 등 총 6점의 유물이다.
궤장과 함께 보물 제930호로 지정된 ‘사궤장 연회도 화첩’은 궤장을 하사할 때 임금이 친히 베풀어준 잔치의 모습이 담긴 세 폭의 그림이다.
보물 제1630호 ‘숙종어필 칠언시’는 조선의 제19대 임금인 숙종(재위 1674~1720)이 이경석의 문집인 ‘백헌집(白軒集)’을 읽고 그 느낌을 읊은 시로 이경석의 후손에게 내려준 어제어필의 칠언시이다.
기증유물에는 이처럼 이미 보물로 지정된 유물 이외에도 이경석이 참여한 계회도 그림을 비롯해 17~19세기까지의 이경석과 후손들의 고서와 고문서 자료가 있다.
특히 이광사가 정리한 집안의 묘도문자와 서결, 집안의 교지와 녹패 및 시권, 집안이 소장한 중국본과 한국본 도서가 함께 모여 있어 학술연구자료와 전시자료 등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기증자 이용우 씨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께서 정성을 다해 보관해오시던 선대의 유물을 기증하게 된 것은 좋은 환경에서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라며 “박물관에서 이 자료들을 잘 관리하고 연구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김성환 경기도박물관장은 “이번 백헌공의 종손인 이용우 씨의 기증은 경기도에서도 손꼽히는 중요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온 소장유물을 기증해 주신 것으로 우리 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차원에서도 매우 뜻 깊은 일”이라며 “큰 결심을 해주신 기증자의 크고 숭고한 마음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경기도박물관은 기증자의 정신과 뜻을 높이 기리기 위해 감사패를 전달할 예정이다.
또 기증유물 중 일부는 재개관에 맞춰 전시할 계획이며, 보존처리가 필요한 경우 과정을 마치는 대로 도민들에게 공개할 방침이다.
한편 경기도박물관은 1996년 개관 이후 25년 만에 진행한 전시실 전면 리뉴얼 공사로 인해 오는 31일까지 휴관하며, 8월 4일 재개관을 앞두고 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