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들, 어디 가세요? xxx 어때요? 입장료 빼고 테이블 1만 원!”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유흥업소 밀집지역(일명 ‘인계박스’)의 핫플레이스인 ‘무비사거리’를 걷다보면 이같은 말을 하는 호객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제2의 강남이라 불리는 인계박스 내 부킹클럽, 감성주점 등을 찾아 모여든 20~30대 남녀들로 매일 밤 인산인해를 이뤄서다.
업소들의 호객행위도 치열하다보니 각종 민원과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일었다. 최근 2년간 관할 내 다른 지역에 비해 112신고는 15배, 강·절도 등 5대 범죄는 27배, 강간·추행 등 성범죄는 42배 많이 발생했었다.
하지만 관할서인 수원남부경찰서(서장 오문교)가 올 2월부터 전국 최초로 유흥가 내 치안활동을 전담할 ‘인계박스 범죄예방팀’(인계박스팀)을 운영하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인계박스팀은 매일 밤(일~목, 저녁 7시~다음날 새벽 3시 / 금~토, 저녁 8시~다음날 새벽 4시) 기초질서 유지는 물론 호객 행위와 불법 전단지 배포를 막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인계박스팀이 활동하면서 112신고는 전년 동기(3~5월) 대비 10% 가까이 감소(3397→3058건)했고, 5대 범죄는 약 20% (289→234건), 성범죄는 40% 이상 급감(23→13건)했다.
본지는 지난달 30일 인계박스팀을 동행 취재했다.
이날도 무비사거리 네 귀퉁이마다 귀에 리시버를 꽂은 젊은 호객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호객행위는 경범죄처벌법상 통고처분(범칙금) 부과대상이다.
하지만 불과 몇 초 만에 이뤄지기 때문에 증거를 잡기 어렵다. 어렵사리 단속을 해도 호객꾼들은 “아는 손님이다, 예약 손님이다”는 식으로 오리발을 내밀기 일쑤다.
자정이 가까워오는 시각, 인파 사이로 A헌팅주점에서 나온 한 30대 남성 호객꾼이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말을 붙이고 떨어졌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인계박스팀 윤양호 경장이 이 여성들에게 “저 사람(호객꾼)이 어떻게 물어봤어요?”라고 물었다. 여성들은 “‘술집 가시는 데 있어요?’라며 술 마시러 오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답했다.
이후 윤 경장이 그 호객꾼에게 호객행위를 단속하자, 그는 “(여성들한테) ‘오늘 생일이냐?’고 물어봤다”고 발뺌했다. 윤 경장은 “여성들한테 (호객꾼이 어떤 말을 했는지) 다 듣고 왔다”면서 그에게 통고처분(5만 원)을 내렸다.
윤 경장은 기자에게 “바로 호객행위 단속을 하면 (호객꾼들은) 열이면 열, ‘무슨 소리냐, 나는 놀러오라는 말도 안했고, 쫓아간 적도 없다’고 말한다”며 “(호객꾼들이) 지나가는 여성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다 듣고 왔다고 하면 그들도 수긍한다”고 설명했다.
인계박스팀의 활동으로 눈에 띄게 범죄율이 줄고, 질서유지가 이뤄지자 상인과 시민들은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3년 전부터 무비사거리 인근에서 푸드트럭 장사를 하고 있다는 권모(34) 씨는 “이곳이 유흥지역이라 술 취한 사람들의 싸움 같은 게 많았다”며 “지금은 (인계박스팀이) 계속 박스를 순찰해 초기 대응이 잘 된다. 싸움이 크게 번지지 않고, 범죄도 많이 줄어든 것 같다. 효과가 큰 것 같다”고 했다.
‘인계박스형 치안모델’은 호평을 받으면서, 타 지역으로도 확대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수원남부경찰서는 CCTV 53대를 추가 설치하고 민·관·경 치안 협의체도 구성해 더욱 안전한 거리를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 경기신문 = 노성우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