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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김종인의 무릎사죄와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반세기전인 1970년 12월 7일 아침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아우슈비츠 유대인 추모비 앞에서 전세계를 놀라게 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폴란드를 방문한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가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희생자 위령탑을 찾았는데, 헌화하던 도중 비에 젖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브란트가 나치 독일의 잘못을 사죄한 것이다. 세계 언론들은 “무릎을 꿇은 것은 한 사람이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였다”며 브란트의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

 

국가의 흥망성쇠를 지리와 환경의 관점에서 분석한 ‘총·균·쇠’의 저자로 유명한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해 “일본은 피해 국가 폴란드를 방문해 무릎 꿇고 사죄한 독일 빌리 브란트 전 총리에게 배워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브란트의 통렬한 사과는 세계사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광주 5·18묘역을 방문해 무릎 꿇었다. “광주에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그것을 부정하고 5월 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의 어긋난 발언과 행동에 저희 당이 엄중한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면서 당 책임자로서 사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수정당 대표가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무릎을 꿇은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김 위원장은 또 최근 언론을 통해, 미래통합당에 대한 국민의 비호감과 관련해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이후 제대로 반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탄핵사태에 대해서도 공식 사과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한일관계가 그러하듯 역사의 고비고비 사건사고에는 누군가가 진실을 밝히고 또 그것에 합당한 누군가(당사자든 아니든)가 책임을 져야, 과거사가 일단락 매듭지어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김종인 위원장의 무릎사죄가 어떤 목적의 진정성있는 사과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빌리 브란트처럼, 김 위원장의 사과는 그 이전 당 지도자에게는 보지 못하던 모습이다. 우리 정치가 미래로 나가는 충분조건은 아니더라도 필요조건은 되지 않을까. 최근 야권 일각에서 다시 제기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문제도 같은 맥락으로 풀어가면 답이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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