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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여백] 여름의 끝 매미 울음소리

 

여름 한가운데를 달리던 무더운 날씨가 백로를 앞두고 선선해졌다. 긴 장마와 태풍의 습하던 날씨도 이젠 상쾌해질 때가 왔다. 어느새 9월이다. 그러고 보니 한여름 나무에서 요란하게 울어대던 매미 울음소리가 많이 잦아들었다. 입추가 지나고 한동안 매미는 더 정열적으로 울어댄다. 빨리 짝을 만나 이승에서의 사랑을 나누고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녹음이 짙은 나무에는 여기저기 매미 껍질이 붙어있다. 꿈꾸던 우화를 마친 매미의 남은 흔적이다. 우화를 마친 매미의 빈 껍질을 보며 매미의 일생 중 한 과정이겠지만, 내 삶의 흔적도 이렇게 한 부분으로 남겨질 것이라는 생각에 잠시 젖어본다.

 

며칠 전 우리 집 아파트 창문 방충망에 매미가 날아왔다. 방충망에 붙어서 꼼짝을 하지 않는다. 어떻게 30층 높은 아파트에까지 날아왔을까? 호기심이 들어 이리저리 살피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매미 울음소리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 매미는 암컷인 벙어리 매미인 듯 울지 않았다. 하루 반나절을 우리 집 창문에 붙어있다가 어느결에 날아가 버렸다.

 

어제는 사마귀 한 마리가 창문 방충망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이 높은 곳까지 어떻게 날아왔나 신기해서 자꾸만 들여다보았다. 그 사마귀도 하루 지나고 이틀 뒤에 날아가 버렸다. 사마귀가 그렇게 날아가 버리니 왜 그런지 허전했다. 아무리 하찮은 곤충이라지만 생명을 가진 생명체이다. 생명을 가진 것은 다 소중하고 신비스럽다.

 

이사 오기 전 아파트는 오래되어 주변에 조성된 수목도 수령만큼 우거졌다. 봄에는 연둣빛 신록이 싱그럽고, 여름에는 특히 나무 그늘이 시원했다. 가끔 베란다로 매미가 들어올 때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거실 벽에서 “맴-맴-맴-맴-매애앰” 소리가 엄청나게 큰 울림으로 들려왔다. 우리 가족은 깜짝 놀라 소리 나는 곳을 쳐다봤다. 거실 한쪽 벽에 매미가 붙어있었다. 집안에서 매미가 울어주니 얼마나 신기하던지, 매미를 바라보며 우리는 손뼉을 쳤다.

 

조선 시대 임금이 정사를 볼 때 머리에 쓰던 익선관(翼蟬冠)은 매미의 날개를 본뜬 것이며 매미의 오덕(五德)을 생각하며 백성을 다스리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옛날의 유학자들은 매미가 이른바 5가지 덕(五德)을 갖추고 있다고 하여 꽤 숭상했다. 머리에 홈처럼 파인 줄을 갓끈과 비슷하게 보아 지혜가 있을 듯하여 첫째 덕목을 ‘문(文)’으로 보았고, 나무의 수액만을 먹고 자라므로 잡것이 섞이지 않고 맑아 ‘청(淸)’이 그 둘째 덕목이며, 다른 곡식을 축내지 않으므로 염치가 있으니 셋째 덕목이 ‘염(廉)’이다. 살 집을 따로 짓지 않으니 검소하다고 보아 ‘검(儉)’이 그 넷째 덕목이다. 계절에 맞춰 오고 가니 믿음이 있기에 ‘신(信)’이 다섯째 덕목이라고 보았다. 어쨌든 매미의 첫째 덕목을 ‘문(文)’으로 보았듯 글 쓰는 나의 삶도 첫째 덕목으로 삼아야겠다는 다짐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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