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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상처받은 영혼, 보듬고 위로해

강한 반전 메세지 작품 곳곳에 흘러

"어떤 이유로든 전쟁은 합리화될 수 없어요. 우리는 전쟁이란 이름아래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들에게 참회해야 합니다."
장편소설 '이민' 이후 6년만에 신작 '기억의 가면'을 낸 소설가 김용성(64.인하대 국문과 교수)씨는 전쟁이 한 개인과 가족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고 응어리지게 하는지를 이번 작품에서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전쟁으로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로하고 보듬어 나가려는 저자의 인간적 면모를 작품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일본 고베에서 태어나 태평양전쟁 고베대공습 때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건너온 저자는 이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을 체험한 전쟁세대다.
'기억의 가면'에서는 이같은 저자의 직간접체험에서 우러난 무의식적인 순수 기억들과 의도적 기억인 기록물들을 모두 끌어내 한국근현대사를 관통한 세 전쟁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주인공 '이진성'은 작가처럼 고베에서 태어난 소설가다. 고베대공습때 아버지를 잃고 일본인인 친모와 누이동생과 헤어진 채 삼촌 이문수와 함께 귀국, 큰어머니(아버지의 본처) 밑에서 자란다. 이야기는 이후 오십줄이 가까운 진성이 흑백사진 한 장을 들고 혈육을 찾아 일본 고베로, 또 한국전쟁 때 인민군에 가담해 전쟁터로 나간 삼촌의 흔적을 찾아 브라질과 중국으로, 그리고 진성이 참전했던 베트남 전쟁의 악몽을 되살리며 베트남민들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 베트남을 찾아나서는 공간설정으로 진행된다.
저자는 소설의 이야기 흐름속에 사실적 기록물(고지마 노보루의 '한국전쟁', 졔리푸의 '조선전쟁', 훙쉬에쯔의 '항미원조전쟁회고' 등)을 고스란히 등장시키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또 인민군(의용군), 중공군, 죽은 자, 월남 참전병 등의 다양한 시각을 통한 진술은 '사실'과 '사상'속에서 작가의 기억이 어떻게 소설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떤 것이 더 사실적으로 다가오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지요. 일종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의도적 장치로 역사적 문헌들을 삽입한 것입니다."
실제로 저자는 이번 작품을 쓰기 위해 10여년간 자료조사와 현장취재를 다녔고, 총 13권의 책을 참고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작품을 서사위주의 역사소설로 보면 오산이다. 전쟁으로 흩어진 가족을 찾아 헤매는 상황설정속에서 전쟁으로 인한 아픈 기억을 대뇌이고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로하며 반전의 메세지를 남긴다.
여기서 저자는 "전쟁이 개인과 가족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가"에 주목한다. 태평양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 여동생과 헤어져야 하는 주인공, 식민지 현실에서 강대국들의 개입으로 전쟁, 분단이란 상황을 맞게 되고 삼촌을 잃게 되는 상황 설정, 남의 전쟁에 끼어들어 난민들을 죽음에 몰아넣었던 베트남전에 대한 죄책감 등은 '더 이상 전쟁은 안된다'는 강한 메세지를 담고 있다.
이번 소설에서 저자는 세개의 전쟁을 다루며 응어리를 풀기 위해 노력했으나 아직 한국전쟁만큼은 매듭이 쉽게 풀리지 않음을 알았다고 한다.
"제 4장에서 베트남 전쟁을 다루며 남의 전쟁에 끼어들어 그들에게 상처를 준 일들은 참회하고 풀 수 있지만 식민지 상황에서 남북분단이란 아픔을 겪은 우리의 현실은 쉽게 해결방법을 찾을 수가 없네요. 한국전쟁으로 인한 상흔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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