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생활에세이] 부부갈등

 

부부란 본래 아웅다웅 다투며 산다. 연애 시절 그 뜨겁던 열정을 그대로 지닌 채 한평생을 살아가는 부부는 없다. 사랑은 변색을 하고 세월이 가면서 그저 미지근한 정으로 사는 게 부부다. 그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오늘날엔 젊은 사람들이 아예 그런 부부관계 맺기를 두려워한다. 홀로 사는 노총각 노처녀들이 사방에 늘렸다.

 

걱정이다. 본래 인간사는 그렇게 갈등 속에 살다가 갈등을 안고 죽기 마련이다. 그걸 마다하고 홀로 사는 청년들이 집도 절도 없이 세월을 보내고 있다. 하기야 부부로 살면 크게 좋은 것도 없고 크게 황홀할 일도 없다. 그래서 하는 얘기다.

 

어느 마을에 가난한 농부가 살고 있었다. 그는 가난하였지만, 남에게 대접하는 것을 즐겨했다. 심심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들여 밥을 대접해 보냈다. 그 바람에 가랑이가 찢어지는 건 그의 아내였다. 자기 식구도 세끼 밥을 제대로 못 먹는데 걸핏하면 손님을 끌고 오는 남편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아침이었다. 부엌문을 열고 나오는데 저만큼 길 아래서 남편이 또 낯선 사람 셋을 끌고 오는 게 보였다. 그녀는 기가 찼다. 그래서 한 가지 꾀를 냈다. 잠시 후에 농부가 낯선 손님 셋을 모시고 삽짝 문에 이르렀는데 그날따라 아내가 유달리 생글거리며 손님들을 맞이하는 것이었다.

 

“여보? 당신은 저 뒤뜰에 들어가 절구에 찧어 놓은 쌀 좀 갖다 주세요. 그새 제가 손님들을 방안으로 모시겠어요.” “그러오.”

남편이 뒤뜰로 들어가는데 아내가 낯선 남자 셋을 방안으로 모시고 들어갔다. 그러자 세 남자는 깜짝 놀랐다. 방안 한가운데 놓인 밥상 위에 낫 한 자루가 놓여 있는 것이었다. 손님 중 한 사람이 이상해서 물었다.

 

“어찌 밥상 위에 낫을 올려놨습니까?” 그러자 농부의 아내가 생글거리며 말했다. “아직 모르시는군요. 우리 집 저 양반은 손님을 모셔 들이면 먼저 저 낫으로 꼭 피를 보아요. 방바닥 피는 내가 닦아야 하니까, 이제 제발 그러지 말라고 신신당불하는 데도 오늘 아침에도 저렇게 낫을 놓아두었네, 호호호.”

 

그 말을 들은 손님들은 질겁해서 방안에서 뛰어나갔다. 그때 뒤뜰 절구통에서 빈손으로 나온 남편의 눈에 손님 셋이 짚신을 손에 잡고 벼락 치듯 도망치는 게 보였다. 농부는 얼른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저 손님들이 왜 도망을 치오?” 그러자 아내가 손에 든 낫을 보이며 능청스레 대답했다. “글쎄, 손님들이 이 낫을 달라고 하지 뭐에요. 내가 못 준다고 그랬더니 저렇게 화를 내며 뛰어나가는 거예요.”

 

남편이 아내의 손에 잡힌 낫을 가로채며 소리를 질렀다. “이 못난 여편네야! 손님이 달라면 주지 않고!” 그는 낫을 쳐들고 손님들을 뒤쫓으며 소리를 질렀다. “여보시오, 손님들! 이것 가져가시오. 가져가시라니까!” 그들이 뒤돌아보니 과연 사내가 낫을 치켜들고 자신들을 추격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들은 걸음아 날 살려라, 줄행랑을 쳤다. 그 뒤 가난한 농부는 손님들을 불러도 아무도 그의 집에 들어오지를 않았다.

 

이런 부부가 요새도 더러 있다고 한다. 그래도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못나나 잘나나 한평생 부부관계로 어울려 살다가 가는 게 이승의 삶이 아닐까 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