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 단풍이 물든 가을 풍경만큼 다채로운 색감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야외 활동을 맘껏 즐길 수 없는 우리에게 위로를 전하는 듯한 이 전시는 바로 ‘경기별곡 : 민화, 경기를 노래하다’ 이다.
최근 모던한 분위기로 재개관한 경기도박물관을 찾아 옛 민화를 재해석한 리뉴얼리즘 성격의 특별전을 둘러봤다.
경기도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유산, 그리고 사람들을 34명의 현대작가들이 저마다의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들이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박물관이 재개관 기념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에는 경기도에 사는 민화 작가 30명과 미디어아트 및 설치 작가 4명이 참여했다.
전시는 ‘제1부 : 경기 문화유산을 품다’, ‘제2부 : 경기 역사 인물을 그리다’, ‘제3부 : 정조와 책가도’, ‘제4부 : 역사의 장면을 담다’ 등 4가지 주제로 구성돼 있다.
작가들은 경기도의 역사 속 사건과 인물, 문화를 현대적인 감성과 기술력으로 전환해 색다른 감동과 재미를 준다.
전시장에 첫발을 내딛으면 액자 속 독특한 무늬의 도자기 그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김경희 작가의 '경기도(京器圖)'로, 경기도가 담긴 도자기 그림이란 뜻이다.
경기도의 28개 시와 3개 군에 전체를 대상화한 작품 2개를 더해 총 33점으로 만들어졌다. 조선시대 관요(官窯)가 있던 경기도 광주요를 중심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살아 나는 듯한 나비와 구름, 베갯모로 쌓인 탑이 신선한 재미를 주는 작품도 있다. 문선영 작가의 '비나이다'는 양평군 용문면에 있는 용문사 정지국사탑(보물 제531호)을 모티브로 했다.
작가는 용문사에 있는 천년된 은행나무에서 기도하는 정성을, 옛 어머니들이 수놓은 베갯모를 빌려 표현했다.
문화유산뿐 아니라 경기도의 유명한 인물을 그린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고려 말 충신의 상징인 정몽주, 인생의 말년을 과천에서 지낸 추사 김정희, 조선중기 수준 높은 예인이었던 황진이, 근대기 여성의 권익을 일깨운 선각자 나혜석, 일제강점기 농촌계몽운동에 헌신했던 최용신 등이 주인공이다.
손유영 작가의 '동짓달 기나긴 밤에'는 황진이의 대표 시조를 민화 기법으로 재해석했다. 조선시대 최고의 예인, 황진이의 삶을 아름답고도 아련한 그리움으로 담아냈다. 작품 속 주인공의 모습은 배우 이영애를 떠올리게 한다.
이지은 작가의 '나! 혜석'도 발길을 잡는다. 말쑥한 차림의 나혜석을 제외하곤 배경 속 선인장과 그녀를 감싼 구렁이, 사과 위 비둘기 등이 이질감을 주는데, 근대 신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받았을 고통과 고난 속에서도 당당했던 인간 나혜석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어 정약용, 김홍도, 강세황 그리고 수원 화성, 용주사 등 정조와 관련된 이야기를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장한종의 '책가도병풍' 속에서 1795년 수원 화성의 당시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한 작품이 눈에 띈다. 최재이 작가의 '1795, 봄'이 바로 그것.
책을 좋아했던 정조와 혜경궁 홍씨 진찬연 속에 담긴 정조의 효심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과거 경기도의 사건을 민화로 현대화한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임진왜란과 신미양요, 1950년 한국전쟁, 그리고 4.16 세월호 참사 등까지 민화로 새롭게 탄생했다.
밝은 색채와 소재로 표현은 희망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동시에 역사 속 경기도의 아픔을 잊지 말자는 작가들의 의도를 공감할 수 있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내년 2월 14일까지 1층 기획전시실에서 계속된다. 정말 놓치면 아까운 전시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하향 조정됐지만, 그래도 매사 조심하는 게 상책. 경기도박물관 홈페이지를 참고해 전시 관람 계획을 세우고 안전하게 문화예술의 찐맛을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 경기신문 = 박태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