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건 지난 1월 24일. 금세 잠잠해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3월 11일엔 세계보건기구(WHO)가 사상 세 번째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는 상황까지 직면하게 됐다. 감염병의 위험도 경보 단계인 1~6단계 가운데 최고 경고 등급인 6단계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9개월여가 흘렀다. 그 사이 대한민국은 높은 수준의 국민의식을 보여주며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대응 국가로 인정받았다. 물론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사회 여기저기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였고, 이미 계획된 사업들이 뒤죽박죽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 역시 매우 빠르게 대처해나갔다. 문화예술계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두말할 나위 없이 온라인, ‘비대면’으로의 전환이다. 급물살도 이런 급물살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대면은 크게 부각됐다. 공연장의 무대와 배우, 전시장의 작가와 작품, 각종 회의 참석자, 체험교육 강사 등등 모든 것들이 카메라 앵글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는 문화예술 콘텐츠의 홍수는 불을 보듯 뻔했다. 실제로 불과 몇 개월 만에 만들어진 결과물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제작된 영상물의 적합성이나 우수성 등에 대해서는 논할 수 조차 없을 정도다. 맘에 드는 콘텐츠만 골라 본다 해도 물리적 시간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국이 이러할 진대, 잘못을 지적하고자 함은 당연히 아니다. 밤을 새워가며 일하는 담당자들의 노고도 이미 본 터인데 말이다. 이 부분은 오히려 진심어린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문제는 정체성이다. 향후 ‘언택트’ 또는 ‘온택트’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현실임을 알고 있다.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는 잘 했지만, 지금처럼 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이제는 적어도 ‘누가, 무엇을, 왜’ 만드는 지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과 지향점이 전제돼야 한다.
단순히 성과물을 내기 위해 경쟁하듯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일은 예산낭비에 불과할 수 있다. 향유자들의 입장에서도 현장에서 직접 관람하고 체험하는 정도의 생생함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에 대한 기대치가 있을 테니 더욱 그렇다.
코로나19는 역사를 바꿀 것이라고 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시대에 들어섰고, 갑작스러웠지만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 이를 인지하고 있다. 다소 어수선하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틀을 잡아가면서 미래를 준비하게 된 셈이다. 임기응변의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분주한 발걸음들도 이와 맥락이 같이 한다.
최근 경기문화재단이 내놓은 ‘진심대면 프로젝트’는 지원 사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완전히 바꾸고자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누가 누려야 할 것인가, 어떻게 관심을 갖게 하고 즐거워할 수 있게 할 것인가 등에 대한 방향성도 없이 창작만 쏟아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하는 고민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재단 사업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수용자를 전제로 하고 있는 이 사업은 그래서 철저하게 감상자 위주로 기획됐다. 이름 하여 ‘진심대면–한 사람을 위한 예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리란 보장은 물론 없다. 시행착오도 따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도는 지역 문화예술계가 또 다른 해법을 찾아가는데 단초를 제공할 만한, 가치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모쪼록 평범하고 당연시 됐던 일상이 무너지고, 처참할 정도로 피폐해진 개개인의 삶과 마음에 안식처가 되고 치유가 되는, 우리네 이웃들의 친구 같은 존재로 이 사업이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