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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섬을 가다 4- 강화도<2>

인문과 자연유산이 어우러진 강화도 가을 산책

 익숙한 장소지만 새로운 곳처럼 느껴지고 ‘벌써 1년’이란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하는 가을, ‘가을 탄다’는 우리의 오묘한 감정은 파란 하늘과 붉은 단풍의 조화가 가져다준 선물이 아닐까? 천태만상이라지만 질서 있게 변하는 풍광, 이들을 만끽하기에 충분한 섬, 강화도… 겨울이 오기 전에 훌쩍 떠나보자.

 

▶ 세월 무상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는 종교 유산들 : 전등사, 정수사 그리고 성공회 성당

 

감상 Point 1. 길상면 정족산의 전등사. 옛 기록에 의하면 ‘신라 아도화상이 세운 바이니,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 창건한 절이다. 절의 옛 이름은 진종사(眞宗寺)다’라고 해 전등사가 381년(소수림왕11)에 창건된 진종사였음을 전하고 있다.

 

그후 고려말 충렬왕의 부인인 정화궁주(貞和宮主)가 ‘진종사’에 옥등(玉燈)을 시주했다고 전해져 ‘전등사(傳燈寺)’가 됐다고 한다. 경내에 들어서 1층인 듯 2층 건물인 대조루(對潮樓)를 지나면 주공간인 대웅전(보물 178호)이 나온다. 이곳은 보기 드물게 다포형식의 사원건축으로 5색 단청, 화려한 불단 위의 불상, 닫집 설치, 나체의 모습으로 두 손과 머리로 추녀를 바치고 있는 형상(裸婦木)과 관련한 전설 등이 발걸음을 잡는다.

 

그리고 중생의 질병을 고쳐주는 약사여래를 모신 약사전(藥師殿, 보물 179호), 타인에 대한 헌신적 마음과 배려의 모범을 보였던 지장보살(地藏菩薩)을 모시는 명부전(冥府殿)이 있다. ‘명부’란 사람이 죽어서 심판을 받는 저승으로, 그곳에서 중생을 교화하는 지장보살을 모신 법당이다.

 

‘땅 지(地)’, ‘감출 장(藏)’ 즉, ‘땅속에 몸을 감춘다’는 뜻으로 ‘18세 소녀가 어머니 제사를 위해 사두었던 제물을 걸인에게 베풀어 주며, 급기야 자신의 옷가지까지 나누어 결국 자신은 땅속에 몸을 감추었다’는 얘기가 전하고 있어 개인주의화된 현대인에게 감명을 주는 분이다.

 

또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전설과 1866년 병인양요의 현장인 정족산성(일명 삼랑성)과 그 당시 정족산성에서 프랑스군을 격퇴한 양헌수 장군의 전승비,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정족산사고 등 한국 역사에 귀중한 유산들이 즐비하다. 일석이조의 장소다.

 

감상 Point 2. 화도면에 있는 정수사(淨水寺, 보물 161호). 이 사찰은 신라 선덕여왕 8년(639)에 마니산을 참배한 회정대사가 동쪽의 지형이 불제자가 삼매정수(三昧精修)에 들 수 있는 곳이라 여겨 정수사(精修寺)라 지었다. 그 후 조선 세종 8년(1426) 함허대사가 중창했으며, 법당 서쪽에 맑은 샘물이 솟아나 ‘맑을 정(淨)’‘물 수(水)’자의 ‘정수사(淨水寺)’라 한자를 고쳐 썼다.

 

경내에는 대웅전과 궁궐에도 없는 대웅전 꽃살문을 비롯해 부속 건물들, 그리고 주변에 함허대사의 부도(浮屠)가 있다. 가을 저녁 비오는 날, 고즈넉한 풍광에 걷다 보면 극락이 부럽지 않다. 주변에는 함허대사의 이름을 딴 ‘함허동천(계곡)’이 있다.

감상 Point 3. 강화 읍내의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사적 424호). 이 성당은 16세기 유럽에 들불처럼 번진 종교개혁 당시 영국에서 카톨릭에 저항해 생긴 영국 국교회가 해외에 선교하면서 성공회(聖公會)로 불렀다.

 

강화 성공회 건물은 1900년 완공되는데, 120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성공회 건물이다. 서양 특유의 뾰족한 첨탑 건물이 아니라 전통 한옥으로 지어진 서양교회 건물, 우리나라에 적응과 선교를 하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사찰 같기도 하고… 사찰과 성공회 그리고 전통 건축과의 조화, 이들의 재발견도 하루나들이 비용에 포함돼 있음을 잊지 말자. 참고로 성공회는 ‘The Holy Catholic Church’를 번역한 것으로 ‘성스럽고 공번(공평)된 교회’라 한다.

▶ 익숙하지만 새로운 느낌의 강화도 자연 유산들

 

감상 Point 4. 바로 강화도 갯벌이다. 강화 남단의 갯벌은 세계 4대 갯벌에 속하며, 천연기념물 제 419호라는 사실을 몇 사람이나 알까? 육지와 바닷물의 경계에 있으며 정화작용, 자연재해 예방, 심지어 관광자원의 기능이 있다.

 

어찌 이뿐이겠는가? 어패류 서식지, 산란장을 비롯해 인간의 체험활동에 이르기까지 혜택의 범위가 매우 넓다. 게다가 갯벌의 강굽이처럼 돌고 돌아 먼바다로 아득히 향하는 갯고랑 흔적들, 뿅뿅 뚫린 갯구멍으로 쏜살같이 들어가는 황발이와 능쟁이 군상(群像)들, 저녁노을 햇빛에 반사되는 갯벌 표면, 나문재와 칠면초, 해홍나물 같은 염생 식물의 붉은 빛 갯벌 단풍은 푸른 하늘과 뻥 뚫린 공간에서 일대 장관을 이룬다. 보고, 살피고, 느끼는 즐거움, 어찌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조금 더 필요하다면 화도면 여차리의 강화갯벌센터 방문을 권장한다.

 

감상 Point 5. 힐링을 위한 강화도 등산이다. 남쪽부터 화강암으로 유명한 마니산(469m)을 비롯해 진강산(443m), 덕정산(320m), 퇴모산(338m), 혈구산(466m), 고려산(436m), 봉천산(291m)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높이의 산세가 북으로 이어진다.

 

등산은 자신의 여건에 따라 선택하지만 고려 고종이 명명했다는 고려산(高麗山)을 추천하고 싶다. 강화도 중심부에 위치해 강화도 이해에 도움이 되고, 적당한 높이로서 자신의 체력 체크는 물론 힐링의 계기가 될 수 있으며 능선에 있는 고인돌, 그리고 적석사(積石寺) 등 코스에 따라 다양한 문화유산을 접할 수 있어 강화도 가을 산책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얼룩진 2020년, 결실의 계절에 가까운 산과 바다를 찾아 떠나는 가을 산책을 통해 내년을 준비하는 지혜를 찾으면 어떨까요? 결실의 무대, 강화도에서./ 김석훈 문학박사·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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