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8 (목)

  • 흐림동두천 22.6℃
  • 흐림강릉 29.3℃
  • 서울 23.3℃
  • 흐림대전 27.4℃
  • 흐림대구 28.8℃
  • 흐림울산 27.9℃
  • 흐림광주 27.1℃
  • 흐림부산 25.2℃
  • 흐림고창 28.0℃
  • 흐림제주 31.4℃
  • 흐림강화 23.5℃
  • 흐림보은 26.2℃
  • 흐림금산 27.8℃
  • 흐림강진군 27.4℃
  • 흐림경주시 28.1℃
  • 구름많음거제 26.0℃
기상청 제공

국산 태양광 인버터는 내수용? 수출 적고 국제인증도 無

외산보다 안전·효율 떨어져… 대부분 내수시장용
국산 업체 "수출 난관은 기술력 아닌 수익성"

 

“(국산 제품에 비해) 효율이나 신뢰도도 높고, 설치 실적이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많다”

 

최근 ‘ㅈ’기업은 전남 영광에 태양광 발전단지를 준공하면서 대부분의 기자재를 국산으로 사용했지만, 태양광 인버터만은 독일산으로 선정했다. ‘ㅈ’기업 담당자는 독일산 인버터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 위와 같이 답변했다.

 

태양광 인버터란 모듈에서 생산된 직류전원을 전력 배선망에 공급하기 위해 교류전원으로 변환하는 장비다. 전력 계통에 문제가 생길 경우 발전 장치를 안전하게 정지시키고, 송․배전 전력망에 연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치다.

 

태양광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모듈’과‘인버터’로 나뉜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태양광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국내 대기업에서 생산한 ‘모듈’과 고효율 ‘인버터’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 프리미엄 시장에서 선전 중인 국산 태양광 모듈과 달리 국내 태양광 인버터 기업들의 수출실적은 썩 밝지 못하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태양광 모듈 기업의 내수시장 매출은 1조2489억원인 반면, 수출은 1조9322억원에 달한다. 태양전지(셀)의 경우 내수가 470억원, 수출은 485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PCS(ESS용 전력변환장치), 태양광 인버터 등을 포함해 태양광 전력변환장치의 매출은 내수 4924억원, 수출은 12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97.5%를 내수시장이 소화하고 있다.

 

태양광 산업 9개 부문을 통틀어 전력변환장치는 전체 매출의 4.7%를 차지하지만, 수출액으로만 따진다면 0.41%에 불과하다.

 

그러나 태양광 업계 관계자 다수는 가격 경쟁력이 아닌,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태양광 업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국내 기업이 해외 입찰 기술 규격서를 만족시키기 어렵고, 해외에서 필요한 인증을 받은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한 외산 인버터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통하지 않는 인버터를 국내 태양광 발전소에서만 쓰고 있는 셈”이라면서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요구하는 기술규격이 깐깐하지 않다보니, 안전이나 효율성 면에서 떨어지는 제품을 쓰는 거라 우려스럽다”라고 지적했다.

 

본지가 입수한 중동의 모 800kW급 발전소 인버터 입찰 규격서와 국내 유명 태양광 인버터 기업 A사 750kW․B사 500kW 인버터를 비교해본 결과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입찰 규격서에서 요구하는 방수․방진 등급을 의미하는 IP지수인 옥내․옥외는 각각 IP55, IP65였다. 숫자가 높을수록 더 뛰어난 성능임을 의미하는데, A사의 인버터는 옥내․옥외 각각 IP20, IP44에 불과했으며 B사의 경우 옥내형 디자인으로 IP21에 불과했다.

 

실효 전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총 고조파 왜곡률(THD)의 경우, 값이 낮을수록 규격서에서는 종합 1.5% 미만을 요구했으나 A사와 B사 모두 종합 5% 이하였다.

 

에너지 생산성을 좌우하는 변환효율의 기준은 97% 이상인데, A사의 경우 변환효율 98%로 무난히 통과했으나 B사의 경우 최대효율(98%)만 기재돼 확인이 어려웠다.

 

또 다른 해외 태양광 사업인 베트남의 한 태양광 프로젝트 입찰 규격서와 비교해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기술규격이 미달되거나 공급 실적(500MW)에서  충족되지 못했다.

 

국산 태양광 업체들은 해외 수출에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로 기술력이 아닌 기회비용을 꼽았다. 대부분 중소기업이니만큼 국제 인증 비용이 부담스러운 데다 해외에 지사를 내고 생산라인을 갖추기 어렵다는 이유다.

 

A사 측은 “수출에 맞춰서 제품을 만들게 됐을 때 기술력은 문젯거리가 되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지금 당장은 회사 규모가 작다보니 국제 인증에 따른 비용과 시간, 각 나라마다 다른 기후나 환경에 맞춘 개발, 국내에 비해 A/S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 수출에 더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30kW 이하 제품에 대해 CE 인증을 받은 적이 있으나 대용량 인버터는 국제 인증을 받은 적은 없다”면서 “해외 사업에 진출한 적이 있긴 하지만, 현재는 베트남 등 일부 지역에만 조금씩 수출하고 국내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 관계자는 “예시로 든 IP등급의 경우 IEC 등 국제 규격도 우리와 비슷하게 요구되고 있고, THD 같은 요구조건의 경우 국가마다 전혀 다르다”고 덧붙였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태양광 인버터, 전력변환장치는 중국산이 가격 대비 성능이 좋고 글로벌 경쟁력이 높다보니 국내 기업은 내수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전에는 성능 차이가 꽤 있었지만 최근엔 들여온 부품을 조립하는 정도라 크게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편지수 기자 ]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