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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속 포옹 못하는 2020 ‘허그데이’

12월 14일 포옹의 날 ‘허그(Hug)데이’
생명 살리는 포옹, 코로나19로 멀어져
경제 한파, 1인 가구 “결혼 필요 없어”↑
작년 자살자 1만3799명...사회적 고립 커지나

 

12월 14일은 ‘허그데이(Hug Day, 포옹의 날)’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과 경제위기, 우울감 증가로 늘어난 사회적 고립은 개인으로부터 포옹마저 앗아가는 모양새다.

 

포옹은 인류 문화 가운데 친숙함, 사랑, 애정, 우정, 형재애 등 깊은 감정과 교감을 나타내는 신체 표현 중 하나다. 이를 기념하고자 미국인 케빈 자보니(Kevin Zaborney)는 1986년 1월 21일 미국 미시간주 클리오에서 첫 기념을 시작으로 허그데이를 창안했다. 영어로 ‘세계 포옹의 날(International Hug day)’이라 불릴 만큼 허그데이는 지역적 행사, 단순 연례행사를 넘어 세계인이 포옹으로 화합하고 행복을 나누는 기념일이다.

 

미국에서 허그데이를 매년 1월 21일로 지정한 반면, 한국의 허그데이는 매년 12월 14일이다. 오늘날 발렌타인 데이나 화이트 데이, 빼빼로 데이 등 일부 기념일들은 특정일, 특정 상품을 소비하도록 홍보되는 ‘데이 마케팅(Day Marketing)’의 수단으로 상당부분 변질됐다. 반면 허그데이는 이러한 상술적 기념일들과 비교할 때 2006년 ‘프리허그(Free Hug)’ 캠페인이 범세계적으로 활발해질 만큼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포옹은 감정 표현을 넘어 건강을 이롭게 한다. 2005년 4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의학적으로 포옹은 일명 ‘사랑의 호르몬’으로 불리는 신경전달물질 옥시토신의 수치를 높이고 혈압을 낮춰 심장질환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포옹은 남성보다 여성의 혈압을 더 많이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 1995년 10월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는 생명이 위독했던 미숙아 쌍둥이 자매가 인큐베이터에서 서로 포옹해 살아난 실화가 알려지기도 했다.

 

반면 올해의 허그데이는 세계적 감염병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어느 때보다 사람과 사람간 거리를 멀어지게 만들었다. 14일 기준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 환자 수는 7262만명, 사망자는 161만명이다. 한국의 경우 중앙방역대책본부 집계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12일 928명, 13일 1002명으로 치달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논의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는 경제 한파까지 일으키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수치는 코로나19가 확산된 1분기 -1.3%, 2분기 -3.2%로 급감했다. 3분기의 경우 2.1%로 반등했으나 전년대비 -1.1%를 기록해 암울한 성장치를 기록했다.

 

 

경제 한파는 1인 가구 및 증가세에도 영향을 미쳐 개인을 더욱 고립시키는 모양새다. 지난 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 통계로 보는 1인 가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인 가구 수는 614만8000가구로 전체 가구 중 가장 큰 30.2%를 차지했다. 2015년 520만3000가구에서 꾸준히 늘어난 수치다.

 

나아가 지난달 18일 통계청의 ‘2020년 사회조사 결과’ 자료에서는 “결혼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응답한 수치가 41.4%로 2018년 46.6%보다 5.2% 줄어들었다. 반면 여성의 경우 위와 같이 응답한 수치는 62.4%, 심지어 “결혼하지 말아야한다”고 응답한 수치는 10.%를 기록하기도 했다.

 

포옹은 스트레스 물질 코르티솔의 분비를 줄이고 심리적 안정에 효과를 발휘해 우울증을 줄여준다. 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는 2015년 60만1152명에서 지난해 79만6364명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신종 우울증, 소위 ‘코로나 블루’의 유행으로 올해 3~7월간 우울증 등 기분장애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 전년 동월대비 7.1% 늘어난 71만명을 기록했다.

 

 

늘어나는 우울증은 자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이달 발행한 ‘2020 자살통계 자료집’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자 수는 1만3799명으로 전년대비 0.9% 늘어났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로는 남자가 38.0명으로 여자보다 2.4배 더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20대 19.2% △30대 26.9% △60대 33.7% △70대 46.2% △80세 이상 67.4%를 기록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늘어나는 자살률은 그만큼 한국 사회 내 사회적 고립 문제를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기상청 기준 14일 최저기온은 -9.7도로 올해 2월 7일 -11.0도를 기록한 이래 가장 추운 날이다. 겨울철 맹추위 속 포옹을 통한 체온 나누기가 더 각별하게 느껴지는 때다. 하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코로나19 유행과 경제위기, 깊어지는 우울감은 사람 간 거리를 더욱 멀게 만들고 있다. 어느 때보다 더 안타까운 2020년 허그데이다.

 

[ 경기신문 = 현지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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