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7 (월)

  • 흐림동두천 18.8℃
  • 흐림강릉 21.5℃
  • 구름많음서울 20.1℃
  • 구름많음대전 18.0℃
  • 흐림대구 21.6℃
  • 흐림울산 21.5℃
  • 흐림광주 18.5℃
  • 흐림부산 20.7℃
  • 흐림고창 ℃
  • 흐림제주 19.6℃
  • 구름조금강화 18.0℃
  • 흐림보은 17.8℃
  • 흐림금산 16.8℃
  • 흐림강진군 19.7℃
  • 흐림경주시 21.9℃
  • 흐림거제 20.3℃
기상청 제공

[김여수의 월드뮤직 기행] 혁명과 노래 2편 '나는 노래하며 죽기로 한 남자‘

 

죽음의 순간에 전 생애를 드러내는 사람이 있다.

지구 반대편 나라의 가수, 칠레의 빅토르 하라(1932- 1973) 이야기를 하려한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월드뮤직을 접하기 전 먼 바람을 타고 전설처럼 흘러 내 귀를 스쳐갔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 청춘을 보냈는데, 우리처럼 군부독재탄압에 신음하던 칠레에 민중가수 김민기같은 존재가 있다더라는 이야기를 들었었고 20여년 전 체 게바라 열풍이 불어 거리에 그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젊은이들이 넘치던 때, 어느 술자리에서인가 ‘칠레에도 체 게바라같은 대단한 존재가 있는데.....’는 말이 오갔던 기억이 있다. 월드뮤직에 빠지면서 다시 한 번 그 이름을 접했고 노래를 찾아 듣던 중 유독 가슴에 꽂히는 곡을 만났다.

 

‘Manifesto’(선언).

감미로운 기타 전주 후에 나오는 미성의 달콤한 목소리....라고 하기에는 저변을 흐르는 슬픔. 회환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내가 노래하는 것은 목소리가 좋아서, 노래하기 좋아서가 아니지/내 기타도 이성과 감정이 있기 때문이야/내 기차는 대지의 심장과 비둘기의 날개를 갖고 있어/마치 성수와 같이 기쁨과 슬픔을 축복하지(중략)내 기타는 돈 많은 자들의 기타가 아니야/내 노래는 저 별에 닿는 발판이 되고 싶네/의미를 지닌 내 노래는 고동치는 핏줄 속에 흐르지/노래 부르며 죽기로 한 사람의 참된 진실들..... 은유 가득한 가사는 노래를 낳은 삶을 궁금하게 했다.

 

칠레 산티아고의 빈민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일찍이 연극과 음악에 소질을 보여 예인으로 성장한 하라. 그러나 그가 가수로서 두각을 보인 60년, 70년대의 남미는 외세의 탄압과 군부독재정권의 압제로 민중의 삶은 참혹했다. 하라는 민중음악가수 선발대회인 누에바 칸시온(Nueva Cancion) 페스티벌에 참여, 1위를 차지하면서 민중가수로 이름을 굳힌다.

 

‘나의 기타는 총, 나의 노래는 총알’ 이라 외치며 외세, 독재와 노래로 싸우던 하라는 70년, 남미 최초로 국민선거에 의해 당선된 민중대통령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의 음악대사로도 활약한다. 아옌데 정부는 토지개혁, 남녀동일임금, 전국민 생활임금제, 공교육 보장, 아동무상급식제등 민중우선정책과 외세의 압력에 과감히 맞서는 강경책등으로 국민의 환호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을 등에 업은 부하 피노체트는 쿠테타로 대통령을 폭격사망하게 하고 시계를 거꾸로 돌려버린다.

 

군부는 쿠테타를 반대한 유명 인사는 물론 저항 시민들을 칠레 종합운동경기장으로 끌고 가 수천 명을 총살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빅토르 하라도 그 총구에 스러지는데 뒷날 참혹한 죽음의 실상이 전해진다. 군인들은 하라의 손목과 손가락을 부러뜨린 뒤 ‘노래하고 기타를 쳐보라’고 조롱했다. 하라는 굴하지 않고 그들 앞에서 민중을 위한 노래 Venceremos(승리하리라)를 불렀다. 분개한 군인들은 하라의 혀를 자른 뒤 마흔 네발의 총탄을 퍼부어 절명에 이르게 한다. 노래가 운명을 만든 것일까. 그는 자신의 노래 ‘선언’에 나오는 ‘노래 부르며 죽기로 한 사람’이 되었으며 죽음으로 ‘참된 진실’을 보여주었다. 마흔 살 나이였다.

 

오욕칠정에 흔들릴 때마다 위대한 인물의 전기를 읽는다는 작가를 알고 있다. 나는 빅토르 하라의 노래를 찾아 듣는다. 부끄러워지고 정신이 번쩍 든다.

 

자주 찾아듣는 노래는 하라의 Manifesto(선언) 말고도 La Plegaria a un Labrador(한 노동자에게 바치는 기도), Zamba Del Che(체를 위한 삼바),Concion Del Arbol Del Olvido(망각나무의 노래) 등이다.  (인터넷창에서 www.월드뮤직.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