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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창] 트럼피즘 대 아더니즘

 

 

 

정치와 종교의 잘못된 만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국 의회 의사당에 난입한 사건은 정확히 그 연장선에 자리한다. 미국 민주주의의 뿌리를 뒤흔든 야만스러운 사건의 배후에서 트럼프는 늘 하던 대로 ‘편 가르기’ 정치를 되풀이했다. 범법자들을 향해 “위대한 애국자”라고 추켜세우며 사회 갈등을 부추겼다. 보다 못한 미국 하원이 제지에 나서 마침내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의 이력에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에서 두 번이나 탄핵당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가 따라붙게 됐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집권한 저신다 아던을 주목한다. 2017년 10월 서른일곱 살의 나이에 뉴질랜드 역사상 세 번째 여성 총리이자 최연소 총리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필리핀의 두테르테, 이런 ‘상남자형’ 지도자들이 즐비한 틈새에서 ‘젊은 여성’ 지도자는 명함을 내밀기도 어려울 판. 예상을 깨고 그녀가 국제사회에서 ‘트럼프 해독제’로 부상하게 된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2018년 12월, 20대 영국 여성이 뉴질랜드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아던 총리는 즉각 그 여성의 가족에게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따님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할 때는 울먹이기까지 했다. “손님을 환대하는 걸 자랑으로 여기는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게 너무 마음 아프고 부끄럽다”며 참회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2019년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는 이슬람 사원 두 곳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기도 중이던 이슬람교도 51명이 백인 극우세력의 무차별 총격에 쓰러졌다. 현장으로 달려간 아던은 머리에 스카프를 뒤집어쓴 채 “당신들 편에 서려고 왔다”며 피해자 가족을 껴안았다. 스카프가 ‘히잡’으로 보일 수 있는데도 개의치 않았다. 반(反)이슬람 정서로 똘똘 뭉친 서방세계의 카메라는 안중에도 없는 듯이 무슬림 공동체를 향해 아랍어로 인사를 건넸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서 ‘트럼피즘’(Trumpism, 트럼프주의)과 반대노선을 걷는다는 건 여간 용감한 일이 아니다. 이 어려운 일을 ‘핑크 리더’ 아던이 해내고 있다. ‘아더니즘’(Ardernism)의 알짬은 공감이다. 그녀의 공감 정치는 코로나 상황에서 더 빛을 발한다. 뉴질랜드 인구의 3배가 접종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하게 백신을 확보하더니, 투발루, 통가, 사모아 등 남태평양의 뉴질랜드 자치령은 물론 독립국가들에까지 무료로 나눠줄 계획을 세웠다.

 

공감은 여성의 전유물이요 약자의 버릇인 양 치부돼왔다. 특히 지도자는 공공의 자리에서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된다는 통념이 지배적이었다. 리더십에 관한 이런 신화는 여성의 공적 진출을 방해하는 주요 걸림돌이었다. 아더니즘은 이 신화에 도전하는 유쾌한 혁명이다. 공감하고 연대하며 화해하고 치유하는 아더니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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