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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주머니 속의 보석

 

 

항간에 한 금고털이가 살았다. 그 아비도 금고털이였다.

그 아버지에 그 자식이라, 그는 오직 아비를 따라다니며 금고 터는 방법만 배웠다. 그러다가 그의 아버지가 덜미를 잡혔다. 아버지는 감옥에서 옥살이를 하다가 그만 죽어 버렸다.

 

고아가 된 그는 늘 한탕 하는 것이 꿈이었다. 배운 기술이라고는 금고를 터는 일뿐이라 그는 시내를 헤매며 털 금고만 살피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눈에 밤톨만 한 다이아몬드를 소장하고 있는 한 귀금속상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금고 속의 그 다이아몬드를 훔치기로 결심했다. 먼저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웠다. 먼저 그 귀금속상 가까운 곳에 있는 허름한 집 한 채를 샀다.

 

그는 대문을 걸어 잠그고 집안의 마당에서 땅굴을 파고 들어갔다. 귀금속상과는 얼마 되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파낸 흙은 남몰래 강가에 내다 버렸다. 그러기를 6개월 13일째 되던 한 겨울밤이었다.

 

그는 그날 밤 드디어 귀금속상의 바닥을 뚫고 들어갔다. 금고문을 열었다. 꿈에도 그리던 밤톨만 한 다이아몬드가 그의 손으로 들어왔다.

 

“아버지한테 배운 유일한 기술을 오늘에야 제대로 발휘했구나.” 마치 천하를 얻은 듯 그는 기뻤다. 그 크기만 봐도 고가의 상품 가치가 충분해 보였다.

 

“이것으로 금고털이는 졸업이야. 평생을 편히 지낼 수 있어.”

 

다이아몬드를 주머니에 넣고 뿌듯한 마음으로 귀금속상 문을 열고 나서는데, 그때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리며 경찰차가 달려왔다. 그는 다이아몬드를 쥐고 도망쳤다. 경찰차는 바로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길가에서 누더기를 걸친 거지 하나가 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급한 나머지 그 거지의 주머니 속으로 다이아몬드를 집어넣고 도망을 쳤다. 그러나 멀리 가지 못했다. 그는 금방 잡혀서 3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다.

 

그가 감옥에서 풀려났을 때였다. 그는 제일 먼저 그 귀금속상을 찾아갔다. 그런데 뜻밖에 3년 전에 졸고 있던 그 거지가 그때까지도 동냥 바가지를 앞에 놓고 졸고 있는 게 아닌가.

 

그는 거지에게 달려들어 주머니를 뒤졌다. 그랬더니 그 밤톨만 한 다이아몬드가 거지 주머니에 그대로 들어 있었다. 거지는 천만금을 지니고도 거지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 또 느낀 대로 행동한다. 거지는 주머니 속에 든 그 보석이 유리구슬인 줄 알고 그때까지 거지 노릇을 하고 있었다. 왜? 거지 눈에는 행인들이 던져주는 동전밖에 안 보였기 때문이다. 주머니 속의 보석은 알지도 못했고 느끼지도 못했다. 오직 거지는 거지일 뿐이니까.

 

그러나 재능을 가지고도 그 재능을 맘껏 부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세상엔 많다. 그저 손에 잡히는 돈맛을 알면 자신이 가진 억만금의 재능은 보이지도 않고 느끼지도 못하는 법이다.

 

세상살이가 팍팍하다 보니 앞만 보이고 자신은 미처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다들 그렇게 살아가니까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저 상사의 눈치나 보고, 갑질에도 입도 벙긋 못하고 지시하는 일에 로봇처럼 움직인다. 그렇게 살아온 현대인들은 자신의 존재는 없고 너나없이 조직의 소모품으로 전락해 버렸다.

 

하지만 누구나 주머니 속에 보석 하나쯤은 지니고 산다. 하늘이 사람을 내릴 때 그렇게 만들었다. 그 주머니 속의 보석을 잊은 채 그저 탐욕에 눈이 어두운 그대. 잠시 눈을 돌려 진정 자신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