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머금은 시를 받아 적네
유리새 유리알 노래를
시간의 옷 속 켜켜 눌러둔
바위의 시
억년 바위의 침묵을
나, 꺼내어 베껴 쓰고 있네
가을비 허공을 그어대며
나 좀 봐 나 좀 봐봐
숨길 듯 숨길 듯 슬쩍 내보이는
연하게 빗금 치고 있는 비의 발자국을
사물의 모서리들을 스캔하네
저기 저
절로 고운 것들의 말씀을
모래알들의 귀엣말을

김추인
▶현대시학](1986)으로 등단
▶시집 [모든 하루는 낯설다] [행성의 아이들] [오브제를 사랑한] 등 9권
▶만해‘님’문학상(2010), 한국예술상(2016), 질마재문학상(2017)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