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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행 칼럼] 대통령 위에 판사? 김명수 대법원장이 답할 차례다

 

 

한국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나 될까?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라는 통계는 널리 알려져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형사사법기관들의 국민 신뢰도 추이에서 법원은 35.3%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소병철의원이 형사정책연구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로 OECD 통계와 맞아 떨어진다.

 

판결을 톺아보면 밑바닥인 신뢰도 통계수치가 더 떨어져야 하는 것인지, 억울한 것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이즈음 판결 몇 개만 비교해보자.

 

'지난 총선 당시 재산 11억 원을 누락 신고한 국민의힘당 조수진 의원, 벌금 80만 원(의원직 유지) VS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인턴한 대학생에게 증명서를 발급해준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원직 상실)', '86억 원 횡령-배임-뇌물 삼성 이재용 부회장, 징역 2년6개월 VS 회삿돈 10억 원 횡령한 삼성물산 직원, 징역 3년 6개월', '350억 원 은행 잔고증명서 위조한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 불구속 기소 VS 증거없이 판사가 표창장 위조했다고 본 정경심 교수, 징역 4년'.

 

어떤 판단이 서는가? 김두식의 《불멸의 신성가족》(창비) 개정판에 따르면 한국 판사들의 재량권은 외국에 비해 훨씬 많다. 양형기준이 그만큼 일정하지 않다는 뜻이다. 예로 든 판결은 이를 감안하더라도 어디에다 기준을 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일관된 게 하나도 없다는 게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인 것이다.

 

오죽하면 법원을 신뢰하는 사람은 판사밖에 없다는 말이 회자하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그 너머에 있다. 판결에 대한 감시견제 장치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수단이 너무 부족하다는 사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의 작동 원리에 위배된다. 국가의 존재 이유인 정의를 실현시키는데 있어 중요한 공적 행위를 하면서도 치외법권 지대에 있다면 중세 봉건시대 영주가 아니고 무엇인가?

 

판사들에 대한 비판이 봇물 터지듯 거센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판사들을 탄핵하라는 국민청원도 잦다. 사법 농단 판사들을 탄핵하라는 국민청원의 경우 40만 명을 넘긴지 오래다.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교수·연구자들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법관의 판결 전횡을 통제하는 재판 배심원제를 전면 도입하라"고 주장했다. 판사들의 정의롭지 않은 판결에 대한 제도적-인적 쇄신을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김명수 대법원장은 시민들의 비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오히려 으름장을 놓기 일쑤다. 올 시무식사는 그의 인식이 시민들의 법 감정과 정반대 지점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 각 영역에서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고 있고, 그러한 갈등과 대립이 법원으로 밀려드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재판 독립을 침해하는 부당한 외부의 공격에 대해서는 의연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다.”

 

판결이 일관되지 않아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심화하는 게 아닐까? 판결에 사법 정의가 담겨 있지 않아 법관이 재판 독립을 해치는 건 아닐까? 그가 놓치고 있는 본질은, 사법부의 독립은 법관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 아닐까?

 

엘리티즘은 필연적으로 소수의 독과점을 지향한다. 수평이 아니라 수직이다. 회화사에 있어 위대한 발견인 원근법은 수직의 중세 엘리트 질서를 부수고 수평의 근대 개인 질서를 부여했다. 중세뿐 아니라 근대마저 훨씬 벗어나 있는 시대인데도 한국 법관들이 중세의 수직을 고수한다는 건 도대체 뭘 의미하는 것일까?

 

대통령 위에 판사? 국민 위에 대법원장? 이 질문 앞에 이제 김명수 대법원장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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