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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스테이지] 이강우 경기필하모닉 악기담당 “살림꾼으로서 실수 없이 잘하고파”

1997년 경기도립팝스오케스트라 창단부터 24년 간 함께
“경기필하모닉=내 인생, 끝까지 실수 없이 임하겠다”
또 한 명의 악기담당 이근성, "눈빛만 봐도 손발 척척"

화려한 조명 아래 무대와 전시장을 수놓는 배우, 작가들이 있다면 무대 뒤에는 이들을 빛내주기 위해 고생하는 조력자가 있다. 본보는 ‘백스테이지’라는 제목으로 묵묵히 일하는 무대 뒤 숨은 일꾼들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무대와 전시장의 주인공이 아닌 무대 뒤 숨은 일꾼들의 진짜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제 인생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악기담당은 오케스트라의 살림꾼 역할이라고 소개하고 싶네요.”

 

지난 9일 경기아트센터에서 이강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악기담당을 만났다. 그는 1997년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24년째 몸담고 있는 경기필하모닉이 자신의 인생이라고 말했다.

 

이강우 스테이지 매니저는 “공연 일정이 정해지면 사전에 공연장을 찾아가서 규모를 확인한 다음 공연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무대를 배치하고 동선을 체크하는 일을 한다”며 “그동안 지휘자 선생님이 4~5분 정도 바뀌었는데 관객들이 있는 객석으로 가까이 간다거나 사운드를 위해 무대가 더 안으로 들어가길 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추구하는 스타일에 맞춰 공연이 이뤄지게 하는 게 내가 하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군 제대 후 아르바이트로 민간오케스트라 악보담당 일을 시작한 그는 1997년에 창단한 경기도립팝스오케스트라에서 악기담당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원래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으나 늘 새로운 공연을 하는 악기담당 일이 자신의 적성과 꼭 맞는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그는 “1999년 12월 31일, 파주 임진각에서 밀레니엄을 앞두고 행사가 열렸다. 새벽 2시의 장면을 기록하는 야외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엄청 추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공연장을 올 수 없는 분들을 위한 찾아가는 공연도 많다. 아직 경기도에 총 학생 수가 100명이 안되는 학교도 많다. 장애인학교도 가고 음악을 접할 수 없는 재소자를 위해 교도소에 가서 공연을 하기도 한다”며 “‘감사하다’는 말을 해줄 때 보람을 느끼고 뿌듯하다”고 전했다.

 

인생의 절반을 경기필하모닉과 함께한 이강우 악기담당은 늘 공연 때마다 긴장이 된다고 털어놨다. 지금까지 큰 실수 없이 진행한 것처럼 앞으로도 혹여나 자신 때문에 좋지 않은 평을 듣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란다.

 

 

악기담당은 ‘오케스트라의 살림꾼’이라고 소개한 그는 “오케스트라는 크게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 건반악기로 분류할 수 있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등 개인악기도 있지만 경기필하모닉 소유의 악기도 있다. 하프처럼 크기가 크고 값비싼 악기들은 더욱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는 또 한 명의 악기담당이 있다. 이근성 악기담당과의 관계를 묻자 “무대는 상수, 하수로 나뉜다. 서로 나눠서 악기전환을 맡는데 눈빛만 봐도 타이밍을 아는 사이다. 어느덧 24년을 함께하다 보니 손발이 척척 맞는다”고 답했다.

 

이강우 악기담당은 또 지휘자로부터 ‘경기필하모닉 스태프는 모두 최고’라는 찬사를 들었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악기, 악보를 포함해 모든 스태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그의 대답과 이근성 악기담당과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덧붙여 같은 꿈을 꾸는 후배들에게 “모든 일은 자신의 적성에 맞아야 한다. 특히 우리가 하는 일은 나로 인해 실수가 생겨도 수정이 불가능하다. 늘 긴장감을 가지고 일해야 하는 부분인데 후배들도 정말 책임감을 갖고 임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매년 평균 크고 작은 공연들을 100여회 정도 하지만 지난해엔 코로나19로 20회 정도밖에 진행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강우 악기담당은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올해는 단원들과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많은 공연을 하고 싶다”는 소망도 전했다.

 

끝으로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 몸담았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는 인생이다.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많지만, 마지막까지 모든 공연을 실수 없이 임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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