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직전 제기됐던 우려와는 달리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출범 이후 고소·고발 305건-검사·수사관 지원 경쟁률 10대1…‘순항’
21일 공수처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출범한 뒤 한 달간 모두 305건의 고소·고발을 접수했다. 누적 기준으로 지난달 29일까지 접수한 사건은 47건이었지만, 지난 5일 100건을 찍었고, 12일에는 158건을 기록한 뒤 1주일 만인 지난 19일 300건을 넘어섰다.
사건뿐 아니라 지원자도 몰려들고 있다. 공수처 검사·수사관 채용 원서 접수는 10대1 수준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25명을 뽑는 사무보조·운전·방호 등 공무직 직원 채용은 488명이 몰려 서류전형 결과 발표일을 늦추기도 했다.
◆1호 사건 관심 고조되자 “내부 정비가 우선”…‘내부 구성 다지기’ 돌입
공수처의 인사가 이슈화되자 공수처의 1호 사건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1호 사건은 내부 기초 작업이 모두 마무리된 다음에야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김진욱 처장은 지난 18일 “모든 관심이 1호 수사에 가 있지만, 빨리 수사한다고 능사가 아니라 똑바로 하는 게 중요하다”며 “수사방식·매뉴얼·공보 등을 잘 점검해 내부를 탄탄히 다지고서 수사에 착수하는 게 맞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공수처는 최근 내부 구성 다지기에 돌입했다.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향후 공수처의 수사 시작부터 기소·공소 유지 등 전 과정을 시스템화하는 ‘공수처 사건·사무 규칙’ 제정이다.
그 중 핵심은 공수처법 24조1항에 규정된 공수처의 수사 우선권인 이른바 ‘사건이첩 요청권’으로, 앞서 공수처의 일방적 우위로 수사기관 간 협력적 견제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의 지적도 나온 만큼 객관적 기준 설정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와 함께 외부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듣는 ‘수사심의위원회’(가칭) 구성을 규칙에 담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공수처는 사건·사무 규칙과 별도로 공보규칙을 제정할 것이라는 계획도 내놨다. 공수처 수사 대상이 고위공직자인 만큼 국민의 알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는 차원에서 형사 사건 내용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검찰과는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움직임이다.
이 밖에도 ‘인지 통보’(공수처법 24조 2항)와 ‘검사 범죄 혐의 발견 이첩’(25조 2항) 조항에 대해서 검찰·경찰과 구획 정리에 나섰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하거나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공수처로 넘겨야 하는데, 기관마다 해석이 달라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야당의 인사위 추천 보이콧…4월 예상됐던 1호 사건 수사, 5월로 지연될 우려
이 같은 내부 인사와 구성을 마치면 4월에는 1호 사건 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공수처는 예측하고 있다.
다만, 공수처 검사 추천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인사위원회 구성이 야당의 보이콧으로 늦어지고 있어 오는 5월에서야 수사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수처법상 인사위는 처장, 차장, 처장이 위촉한 인사 1명, 여야가 추천한 각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앞서 공수처는 여·야에 지난 16일까지 인사위원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고, 여당은 나기주·오영중 변호사를 추천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추천하지 않았다. 이에 공수처는 28일까지로 기한을 다시 잡아 인사위원 추천을 요청한 상태다.
이와 관련 김 처장은 “(4월에 진행될 1호 사건 수사에는) 큰 지장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공수처 관계자도 “사실상 야당의 추천 지연은 애초 예상했던 일”이라며 “오히려 예상치 못한 검사·수사관 지원자 폭증에 따라 서류·면접 전형을 위한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할 수 있게 됐기에 큰 변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